[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LG그룹과 두산그룹의 동일인(총수)이 고 구본무 회장에서 구광모 회장으로, 고 박용곤 명예회장에서 박정원 회장으로 각각 바뀌면서 그룹에는 지분 구조는 물론 나아가 그룹의 방향성까지 선대와 달라질 전망이다.
구 회장은 15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LG그룹의 '공식 수장'이 됐다. 지난해 6월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지 11개월 만이다. 구 회장은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지분 8.8%를 상속받아 ㈜LG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등극한 상태다.
구광모 LG 회장(왼쪽)과 박정원 두산 회장. 사진/각 사
LG그룹은 예상된 수순이었던 만큼 이번 총수 지정으로 특별히 달라지는 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공식 데뷔전을 치렀으며 올해도 청와대에서 주최한 신년인사회, 청와대 초청 기업인과의 대화에 모두 참석하면서 그룹의 총수로 자리매김했다. 내부적으로도 6월 원포인트 인사, 연말 정기인사, 새해 모임 등을 거치면서 구광모 체제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LG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실적 부진은 구 회장에게 선결해야할 최대 과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추격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판가 하락으로 적자를 기록 중이며 LG화학도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사태로 실적이 악화했다. LG전자 역시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지속되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겼다. 미래 먹거리인 전장과 인공지능(IA) 사업은 언제 수익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40대 초반 젊은 나이에 그룹의 총수에 올라 상대적으로 짧은 경험으로 인한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과제들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은 취임 3년 만에 공정위로부터 총수로 공식 인정받았다. 박 회장은 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 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두산 지분율 1.59%를 모두 승계 받으면 지분이 8.92%로 늘어나게 된다.
박 회장은 두산중공업·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의 부진한 실적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간지주사 격인 두산중공업은 세계 발전시장 불황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수주 실적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각각 5000억원,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외부에서는 이로 인해 그룹 전체로 재무 위험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은 연료전지, 협동로봇 등 신사업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주요 성장축인 전지박·동박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독립시켜 별도 회사로 키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미 헝가리에는 전기차 220만 대에 공급 가능한 연간 5만톤 규모의 전지박 공장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