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 배제에 대응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에 나선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 등 기업의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기존 대출 상환 유예와 금리 우대 등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기업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오는 5일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 등에 대한 긴급 금융지원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국민은행은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마련해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피해 기업의 만기도래 여신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하고 최대 2%포인트의 우대금리도 제공할 방침이다. 분할상환대출을 보유한 피해 기업은 원금 상환을 유예해 상환 부담을 낮추고, 수출입 기업에 대해서는 환율 우대와 함께 외국환 관련 수수료 감면·면제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규제 영향이 높은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소재부품 기업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이를 통해 특별우대금리로 신규자금을 긴급 지원할 생각이다. 이밖에 일시적 유동성 부족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신용개선프로그램을 통한 회생방안을 지원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수출 규제 피해 기업 금융지원 특별대책반을 운영해 국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기업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을 위한 추가 지원방안도 마련해 금융 애로사항을 적기에 해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수출피해기업을 돕기 위해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종합금융지원을 내놨다. '일본 수출 규제 금융애로 신고센터'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거나 발생한 기업에게 관련 정부지원 정책 등 각종 정보 및 재무 컨설팅을 제공한다.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신한은행 영업점을 통해 상담을 신청하면 된다.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소재·부품 기업 여신지원 전문 심사팀을 신설·운영하며, 일시적으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는 업체당 10억원 이내 총 1조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피해 기업 중 대출금 분할상환 기일이 도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분할상환을 유예하며, 신규 및 연기 여신에 대해서 최고 1%포인트까지 금리도 감면해주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의 경영난 완화를 위해 신속하게 금융애로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종합금융지원을 결정했다"며 "관련 기업들에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영업부문장 직속으로 '일본 수출규제 금융애로 전담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는 한편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3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할 방침이다.
먼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대표적인 수출규제 피해 산업의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상생대출을 지원하고, 이달 중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특별출연으로 5000억원을 우선 지원하는 등 내년까지 1조5000억원 규모의 여신을 지원하기로 했다.
피해기업에 유동성 지원을 위해선 500억원 규모의 '경영안정 특별지원자금'을 조성하며, 어려움에 처한 소재·부품 기업을 위해선 금리는 최대 1.2%포인트 우대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본점 중소기업전략부에 '일본 수출규제 금융애로 전담팀'을 설치하고 전국 영업점에 '일본 수출규제 금융애로 상담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피해를 본 기업을 위해 여신 지원과 함께 업체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향후 기술우수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3일 산업은행·기업·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화이트리스트 배제 관련 피해 기업의 대출·보증을 1년간 전액 만기연장해주는 등 최대 6조원의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연구개발(R&D)·설비투자에도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중은행이 백색국가 배제 조치에 대응해 금융지원에 나선다. (왼쪽부터)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본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