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국과 중국의 '맞불관세' 부과로 애플이 관세폭탄을 맞았다. 생산기지 대부분이 중국에 있는 애플은 가격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가격경쟁력으로 북미 지역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1일(현지시간)부터 미국산 수입품 5078개 품목, 750억달러 어치의 상품에 대해 각각 10%와 5% 관세를 추징했다. 2차적으로 오는 12월15일 미국산 자동차와 부속품에 대해 각각 25%와 5%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동일한 시점에 ‘맞불관세’를 부과했다. 지난 1일부터 112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했으며, 나머지 1560억달러 규모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12월15일부터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여기에는 휴대폰과 랩톱, PC 등의 IT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전자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국기와 본사가 대만에 있는 애플의 생산기지 폭스콘. 사진/AP뉴시스
이번 관세전쟁으로 눈에 띄게 타격을 입게 될 업체는 애플이다. 스마트워치, 에어팟, 홈팟, 아이맥 데스크톱, 헤드폰 등에 대해서 1일부터 관세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애플이 이번 관세 부과를 통해 5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이폰을 제외한 이들 전자기기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시장 성장세가 빠른 품목으로,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48% 늘어났다.
게다가 오는 12월에도 아이폰에 대한 15% 관세부과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부과로 애플의 제조비용이 2~3% 증가하며 이는 아이폰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가격 인상은 경쟁력 축소로 이어져 시장 지배력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 미국 CBS뉴스는 “아이폰XS 맥스는 1099달러에서 시작하는데 새로운 관세는 100달러 이상의 가격인상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미국 등에서 아이폰 판매가 800만대에서 1000만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미중 관세전쟁의 안전지대에 있다. 중국에 생산라인이 있긴 하지만 대미 수출용 휴대폰은 베트남과 인도 등지에서 생산해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때문에 애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삼성이 관세를 내지 않아 경쟁이 힘들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사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북미시장 휴대폰 점유율이 22.6%로 1위 애플(33.6%)과 11%포인트 격차가 있다. 하반기 갤럭시노트10을 출시하며 5G 경쟁력을 다질 계획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안심할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업체인 애플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추가적인 무역제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면 올해 들어 주춤한 북미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노릴 수 있다”면서도 “미국 정부가 애플의 피해를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여 추후 조치를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