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증거인멸 재판이 분식회계 사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했고, 그 과정에서 삼바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분식회계가 아니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는 25일 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 소속 이모 부사장, 김모 사업지원 TF부사장, 박모 부사장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운데)와 삼바 분식회계 증거인멸 시도 혐의를 받고 있는 임원들. 사진/뉴시스
검찰은 이날 2시간이 넘는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고, 그 과정에서 삼바 허위공시, 고의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봤다. 검찰은 "2014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하자 삼성은 제일모직 상장을 준비했고 제일 모직 자회사인 삼사,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상장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분 4%를 보유한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이 필요했고,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해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바와 에피스를 높게 평가받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에피스 설립 당시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이 제일모직 가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었기 때문에 콜옵션을 숨기는 등의 방식으로 허위공시했다고도 말했다.
결국 승계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뤄진 불법행위를 숨기기 위해서 삼성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과 은닉을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시작되자 조작된 자료를 제출해 분식회계를 숨기려 했다"면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될 것도 예측하고 그룹 차원의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일부 지엽적 사실관계를 제외하면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면서도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자료를 지우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변호인 측은 내달 2일 열릴 2차 공판에서 2시간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본안 재판 전초전 성격을 띠는 증거인멸 재판인 만큼 향후 양측의 날카로운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앞서 23일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계열사와 국민연금공단, KCC 본사, 한국투자증권 등에 대한 압수수색 하고 그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