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횡령' 한보 정한근 "혐의 모두 인정"

도피 21년만에 법정에…"피해 회복된 점 고려해달라" 요청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고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국외 도피 21년 만에 법정에 나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정씨의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씨 변호인은 "실질적으로 횡령은 정씨가 주도적, 능동적으로 한 게 아니다"면서 "부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정 전 회장 지시를 받는 임직원에 의해 더 주도적으로 됐고, 정씨는 중간에서 아버지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사실상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관련 돈은 모두 환수됐고, 공범들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는데, 양형 사유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피해가 모두 회복됐다는 점이니 그 부분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30일 오전 10시 2차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씨는 1997년 자신이 실소유주인 동아시아가스가 갖고 있던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주를 5790만달러에 매각하고도 2520만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한화 320억여원 상당을 횡령하고, 외국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도 적용됐다.

 

한보그룹 고 정태수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가 6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