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 그룹과 사용자 그룹을 연결하는 플랫폼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FANG으로 일컫는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이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기업 역시 이들과 같은 플랫폼기업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도 급성장하면서 야놀자, 토스, 배달의민족 등 모바일 플랫폼 스타트업 회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렇게 급성장 중인 플랫폼기업에서의 주주가치 보호와 지배구조는 전통기업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나라의 기업 지배구조 연구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 지배구조에 집중돼 왔다. 이는 재벌 형성 및 성장과정에 정부의 자금조달 기여도가 높았고,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거대기업의 실패가 기업 경영 견제와 감시 기능 부족에 기인했다는 관점에서 재벌의 규제, 관리 영역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재벌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같은 비관련 다각화, 계열사 출자나 상호 출자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와 사익편취 문제를 주로 다루어왔다.
하지만, 플랫폼기업들은 형성과 성장과정도 달랐고,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경쟁을 하고 있으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 또한 재벌기업의 주력 사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을 이해하고 그 특성에 맞는 기배구조 설계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네트워크 효과라 할 수 있다.
이 효과 때문에 경쟁에서 임계점을 넘어서 성장한 네트워크는 더욱 성장하고 이에 비해 경쟁에 뒤처진 네트워크는 사용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승자독점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플랫폼 비즈니스 초기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수적인데, 전통적 대기업 관리 관점으로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을 하거나 적자를 무릅쓰고 투자를 지속하는 것도 어렵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지역별 네트워크 구조를 잘 고려해야 한다. 네트워크가 로컬 클러스터로 파편화되며, 고립된 로컬 클러스터가 많을수록 비즈니스는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국구 서비스를 하는 배달 서비스와 지역 특화 배달 서비스 간에 경쟁이 생길 경우, 지역에서 배달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의 배달에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지역별 강자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지역별 파트너 중심의 지배구조를 하는 것이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보다 더 효과적이다. 사용자나 서비스 제공자가 여러 플랫폼이나 허브를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호밍 현상도 사업관리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많은 운전자와 승객들이 리프트 (Lyft)와 우버 (Uber)를 동시에 사용한다. 멀티 호밍이 발생할 경우, 플랫폼이 핵심 비즈니스에서만 수익을 창출하기가 어려워진다. 독점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우버, 리프트 모두 호출 취소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한다. 또 피크시간 대에 호출을 계속 받은 운전자들에게도 보너스를 지급하기도 한다.
플랫폼 기업에게는 또한 다수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하는 브리징(Bridging) 전략이 효과적이다. 알리바바의 경우,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 (Taobao)와 티몰 (Tmall)을 결제서비스 알리페이 (Alipay)로 브리지하여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원하는 서비스를 받게 되었고 축적된 정보를 가지고 금융 서비스를 강화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 이슈로 알리바바와 같은 접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플랫폼기업은 이런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을 고려해 전통적 대기업 스타일의 지배구조를 택하기 보다는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사내 독립기업을 장려하고 기업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촉발하고 이 결과를 벤처투자로 연결해 사업화하는 관리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직원이 사내 독립기업의 대표이사가 되고 주식매수선택권(Stock option)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되어야 한다. 한편, 외부적으로는 빠른 인적, 물적 분할을 통한 신규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대, 플랫폼기업의 벤처캐피탈 투자, 조인트 벤처 및 기업 인수 및 합병이 활성화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의 주력사업은 플랫폼 비즈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기업의 개방형 혁신활동이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예측해보면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