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와 재판 위해 많은 국가적 자원이 투입됐고 이 사건에서 밝혀진 위법행위가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국민적 열망도 크다"면서 "그러나 다음 몇 가지 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그룹이 이 사건과 같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첫 번째로는 실효적인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내부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만아니라 박 전 대통령 최서원씨도 이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어 두 번째로는 대기업집단 재벌 총수의 지배력 강화위해 저지른 범죄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모방형 경제모델로 국가발전 주도한 재벌체제에는 과도한 경제력 집중과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말을 남겼다. 이 대목에서 이 부회장은 재판부를 바라보며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재판부는 "심리 중에도 당당히 기업총수로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당시 만 51세 이건희 총수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과감한 혁심으로 극복했다"면서 "2019년 똑같이 만51세 된 이재용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치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대표기업 총수가 피고인인 사건이자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받는 사건인만큼 재판장이 이례적 당부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부장판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는 무관함을 분명히 해둔다"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