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에서 추가로 인정한 뇌물 혐의에 대한 유무죄보다는 양형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검찰은 부정한 청탁 과정에서 이뤄진 승계작업의 증거를 제시하며 변호인 측과 법정공방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25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황성수 전 전무는 피고인석에 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대법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양형에 관한 변소, 영재센터 대가성 등 3가지 부분을 새 기일에 설명하겠다"며 "사안에 관한 증인과 양형에 관한 증인을 3명 정도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작업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또다른 증거 제시를 예고했다. 특검은 "검찰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법하게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승계작업이 존재했고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없이 불가능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기록을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대법원은 승계작업을 매우 포괄적으로 인정했고, 부정한 청탁도 포괄적으로 인정해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양형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이틀에 나눠 진행하기로 했다. 11월22일에는 유무죄 판단이, 12월6일에는 양형 판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우리나라 대표기업으로서 삼성과 총수의 역할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준영 판사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기업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범감시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법정에 앉아있는 피고인들뿐 만아니라 박 전 대통령 최서원씨도 이사건 범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가발전을 주도한 재벌체제가 이제 우리 국가경제가 혁신형 모델로 발전하는데 장애가 된다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재벌 총수는 재벌체제 폐해를 시정하고 혁신경제로 나아가는데 기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게는 "기업총수로 해야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해 달라"면서 "1993년 당시 만 51세였던 이건희 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위기를 극복했는데 2019년 만51세가 된 이재용 삼성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시종일관 엄숙한 표정으로 재판에 참여했다. 법정 출석에 앞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죄송하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재판이 끝난 후에는 취재진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남긴 후 법정을 떠났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받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8월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