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인과 결혼한 이민자의 출산·양육을 도울 가족에게 방문동거 체류 자격을 부여할 경우 이를 '여성'에만 한정한 정부 지침은 잘못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 1-1부(재판장 고의영)는 베트남 남성 A씨가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체류 자격 변경을 허가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출입국 당국이 승소했던 1심을 깨고 A씨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혼이민자 양육을 도와줄 가족 중 남성도 체류비자를 줘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007년 A씨 여동생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2014년 자녀를 낳고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A씨는 여동생의 자녀이자 자신의 조카 양육을 돕기 위해 기존 단기방문 비자가 아니라 방문동거 비자를 신청했지만, 출입국은 "A씨가 여성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체류관리지침(내규)에 따르면 임신·출산한 결혼이민자가 부모에게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경우 양육을 지원하는 목적이라면 다른 가족에게 최장 4년10개월까지 방문동거 비자 자격을 줄 수 있다. 다만 그 대상은 '만 18세 이상의 4촌 이내 혈족 여성 1명'으로 제한된다. 1심은 "이 규정에 따라 A씨가 여성이라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출입국의 손을 들어줬다.
결혼이민자 양육을 도와줄 가족 중 남성도 체류비자를 줘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2심 판단은 반대였다. 2심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이 방문동거 체류 자격을 '피부양, 가사정리, 그 밖에 유사한 목적으로 체류하려는 사람으로 법무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람' 등으로만 규정했을 뿐 여성으로 한정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체류관리지침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 준칙에 불과하다"면서 시행령 취지가 우선이라고 봤다. 이어 "4촌 이내의 여성 혈족이 없는 결혼이민자의 경우 출산·육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별을 받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차별적 취급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혼이민자 양육을 도와줄 가족 중 남성도 체류비자를 줘야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결혼이민자 대상 취업박람회. 사진/뉴시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