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 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 의원은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난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KBS 보도 개입 혐의에 대해 2심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사진은 이 의원이 28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재판장 김병수)는 27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21일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에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지위, 두 사람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비춰보면 단순히 보도내용 항의나 오보임을 지적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 "향후 해경에 대한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거나 또는 수정해달라는 취지로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간섭이라는 용어는 굳이 정의 규정을 두지 않더라도 그 의미를 일반인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용어"라면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경이 승객 구조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해경이 구조작업에 전념하도록 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시정하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여 범행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보인다"면서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 사건 범행과 같은 행위가 종전에 관행으로 이뤄진 점도 감안해 그 밖의 양형조건과 함께 고려할 경우 원심의 형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방송법 4조2항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결 확정시 이 의원은 이 조항 위반으로 처벌받는 첫 사례가 된다. 이 의원은 해당 조항에서 방송 '간섭'의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 재청 신청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다만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국회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는다.
앞서 1심은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자유와 독립이 무너질 경우 전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해 처벌해야 한다"면서 의원직 상실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