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내 신문 1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그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가족과 관련한 각종 의혹으로 낙마했다. 조 전 장관의 맞은편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있었다. 그는 청와대, 총리실 압수수색 등 초유의 강수를 두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힘을 보여줬다. ‘버닝썬 스캔들’의 단초를 제공한 가수 승리도 1년 내내 장안의 화제였다. 아이돌그룹 ‘BTS’와 캐릭터 ‘펭수’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관련 산업을 일으킨 주인공들이었다. 유치원 비리를 공론화한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전 공동대표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실천한 인물이었다. [편집자 주]
①조국 전 법무부장관, 검찰개혁 나섰지만 가족관련 검찰 수사에 낙마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지난 9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가족을 둘러싼 위장이혼, 부동산 위장거래와 웅동학원 위장소송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딸의 대학원 장학금 수령과 의학논문 등재 사실이 알려졌고, 부인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사모펀드 투자금 등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인사청문회날 정 교수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장관으로 지명된 뒤에도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사상 초유의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는 결국 10월 14일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와 인권존중, 검찰견제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법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②윤석열 총장, 청와대·정치권과 검찰개혁 갈등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개혁 과제를 놓고 좌우를 넘나들며 평가가 엇갈린다. 문재인정부에서 검찰개혁 과제 이행의 적임자로 꼽혔으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겪었고,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으로 청와대, 여권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7월25일 제 43대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전임인 문무일 총장보다 사법시험 5기수를 건너뛴 파격 발탁이었다. 그는 2013년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 특별수사팀장이었고, 2016년엔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맡았다. 이런 경력 탓에 문재인정부에서 각종 사회 부조리와 부패 척결에 앞장설 검찰개혁 완수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③집값 잡힐 때까지…부동산 끝장 대책 쏟아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 기조에 따라 강력한 규제를 쏟아냈다. 지난 3월 최정호 전 국토부 2차관이 김 장관 후임으로 지명됐으나 다주택 보유 이력 논란으로 물러난 후 김현미 장관은 직을 유지했다. 이후 김 장관은 광폭 행보를 보였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추가지정하면서 고양 창릉지구, 부천 대장지구를 공개했다. 서울과의 거리가 일산보다 가까운 신도시 지정에 일산시민의 반발이 커졌고 지역구를 배신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강남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며 정비사업장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선회하려하자 김 장관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했다. 고강도 규제로 분양가를 누르고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의도지만 시장은 공급 감소 우려가 상존하며 집값 향방은 불투명하다.
④장하나, 사립유치원 비리 공론화…'유치원 3법' 결실 눈 앞에
19대 국회에서 활동했던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전 의원은 이제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로 더 유명하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후 2017년 6월 '정치하는엄마들'이란 비영리단체를 출범해 여성 노동·보육 등 보통의 엄마들을 대변하는 다양한 활동에 앞장서왔다. 대표적인 예가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이다. 2018년 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폭로로 알려졌지만, 사실 이 사건은 '정치하는엄마들'이 1년 전부터 추적해왔다. 그 중심에는 장하나 전 의원이 있었다. 이들의 노력으로 박용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사립유치원의 회계비리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사립유치원의 운영과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유치원 3법'이 국회에서 발의됐고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⑤승리와 버닝썬 게이트…‘휘청’거렸던 연예계
20대 CEO. 화려한 파티. 위트와 당당함이 넘치는 영앤 리치. 빅뱅 막내 승리는 ‘위대한 승츠비’란 애칭으로 불렸다. 브라운관 속 그의 삶은 화려했고 대중은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비록 같은 팀 멤버들이 꾸준히 구설에 올랐어도 그만은 당당해 보였다. 올해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고 그의 화려한 삶 이면에 있던 그림자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성추행, 성폭행, 성접대, 성매매, 마약 유통, 도박 등 믿기지 않는 얘기들이 끊임 없이 쏟아졌다. 승리는 혼자 추락하지 않았다.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 주가도 함께 곤두박질쳤으며 그와 두터운 친분을 과시했던 동료 연예인들이 성관계 불법 촬영 영상들을 주고 받았단 사실도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승리야말로 2019년 가장 큰 파급력을 떨친 인물이다.
⑥BTS의 미래는 ‘K팝의 청사진’이다
BTS는 매 순간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빌보드, 스포티파이, 유튜브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기록 갱신 중이며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팝 가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모든 행보에는 ‘한국 가수 최초’란 수식어가 함께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2019년 올해를 빛낸 가수’에서 BTS는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최고의 가요’ 부문 역시 그들의 몫이었다. 왕성한 해외 활동에도 국내 팬까지 만족시킨 그들이다. K팝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로 조금씩 뻗어나갔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늘 남아 있던 숙제다. BTS는 이 숙제를 풀어내며 ‘K팝의 불모지’로 불린 북미에서 이름을 떨쳤다. BTS는 2020년에도 홀로 K팝 청사진을 그려나갈 예정이다.
⑦보호무역 강화, 미중분쟁…글로벌 경제 '흔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칸 퍼스트)'는 2019년 한해 글로벌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작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카드를 빼 들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를 거치며 절정에 달했다. 패권전쟁으로까지 격화됐던 미·중 갈등은 우여곡절 끝에 12월 1단계 합의에 이르러 진정국면에 접어든 상태지만 아직까지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미국 내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가 궁지에 몰린 해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까닭이다. 내년 하반기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원 탄핵 심판에서의 승리를 다짐하며 재선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⑧한국 여성들의 자화상, 우리 시대가 만든 ‘얼굴’
‘82년생 김지영’은 모든 여성의 ‘얼굴’이다. 소설 주인공으로 등장하기전까지 나만의 전쟁을 치르던 우리 시대 여성들의 자화상이었다. 성차별 속 독박육아 경력단절녀 삶을 살던 ‘김지영’들의 삶은 100만 베스트셀러와 영화가 됐다. 담론 차원에 머물던 여성 문제는 ‘김지영’을 기점으로 일상으로까지 들어갔다. ‘김지영’은 양성 평등 논의 때마다 인용됐다. 남녀고용평등법·아이돌봄지원법 개정안을 비롯한 ‘김지영법’ 입법 동력도 됐다. ‘김지영’의 역할이 페미니즘 대중화와 젠더 감수성 기폭제 구실을 했단 평가도 많다. 올해의 뜨거운 감자 ‘김지영’. 2020년에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⑨어른이 더 열광한 거대펭귄 '펭수'…미국서도 '뚜루루뚜루' 아기상어
올해는 사람에 지친 탓인지 유독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었다. 펭수는 EBS의 유투브채널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다. 키가 210㎝에 달하는 10살된 펭귄으로 처음엔 어린이대상 캐릭터였으나 솔직하고 거침없는 발언으로 일반인들까지 열광하고 있다. 자이언트펭TV 구독자가 152만명을 넘어서고,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넓히고 있다. 올해 사회 각 분야 대표 11명과 함께 보신각 타종 행사에도 참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영유아 콘텐츠기업 스마트스터디가 북미 구전동요를 각색한 '상어가족'이 한국 어린이를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았다. '뚜루루뚜루'란 반복되는 후렴구에 꽂힌 사람들이 급증, 1월에는 빌보드 핫100차트 32위에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 응원가로도 등장했다. 덕분에 스마트스터디 2대주주인 삼성출판사의 주가도 치솟았다.
⑩전세계 최연소 총리 탄생…"나이·성별 생각해 본 적 없어"
핀란드에서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산나 마린 전 핀란드 교통통신장관이다. 마린 총리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핀란드 제1당인 사회민주당의 평의회 투표에서 32표를 얻어 안티 린트만 사민당 교섭단체 대표를 3표차로 제치고 차기 총리 후보로 선출됐다. 이틀 후인 10일 의회 승인을 거쳐 총리 임명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마린 총리는 핀란드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또한 1985년생인 그는 알렉세이 곤차룩 우크라이나 총리보다도 한 살 어려 전세계에서 가장 어린 현직 총리 타이틀을 획득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력에 정작 그는 "내 나이와 성에 대해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총리 취임 후 그의 첫 행보는 내각 인사 단행이었다. 19개 장관 자리 중 12곳을 여성으로 채웠다. 12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 국제무대 데뷔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