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암울하기만 하다. 최악의 정제마진으로 작년 4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 2020' 효과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국제 유가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 초 실적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 중 발표되는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와 비교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에너지가 IMO 2020 대응을 위해 건설 중인 SK 울산CLX 내 친환경 선박 연료유 생산설비.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전분기보다 38%가량 감소한 2050억원, S-Oil은 10% 이상 줄어든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데 최근 증권가에서는 이보다도 훨씬 적은 1000억원 미만의 영업이익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음 달 초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정제마진이 가파르게 떨어진 영향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배럴당 7.7달러였던 정제마진은 10월 4.1달러, 11월 0.7달러로 하락했고 12월에는 마이너스 0.1달러까지 떨어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것으로 수익성의 핵심지표다. 정제마진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그만큼 악화한다.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정도로 알려졌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부터 4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번 달 정제마진은 평균 0.3달러를 기록 중이다.
업계의 기대가 컸던 IMO 2020 효과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1분기 실적이 더 나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정유업체의 기대와 달리 약세를 보여야 할 벙커유는 반등하고 있고 경유는 하락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라면 1분기 실적은 작년 4분기보다 잘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상대로라면 경유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두바이유 대비 스프레드가 연초 배럴당 15달러에서 10.1달러(22일 기준)으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 하강 우려로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 한 주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7.4% 하락했고 두바이유도 4% 이상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변동으로 당장 실적에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변동성은 부정적"이라며 "IMO 2020 효과는 저유황유 비축물량이 소진되면서 점차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