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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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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박혜정입니다.
생애 첫 새해 목표는 '가족'

2025-01-3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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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혜정 인턴기자] 작년 이맘때부터 아빠를 마주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두어 달에 한 번씩 찾아뵐 때마다 아빠가 부쩍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 딸의 이름을 헷갈리는 건 예삿일, 여러 차례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일은 다반사. 귀가 안 들리는 듯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 때도 많았습니다. 가족들에게 걱정스레 말해도, 아빠는 원래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습니다.
 
서울 서초구 동작대로 인근에서 열린 서초구치매안심센터 주최 실종 치매환자 발견 모의훈련에서 가상 치매환자가 길거리를 방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걱정을 더하게 만든 징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두 시간 동안 똑같은 질문을 세 번할 때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제작한 간편 치매 진단 어플 '치매체크'를 다운로드하여 대리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인지 저하 의심'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노인 연령 기준인 만 65세 이상의 나이에, 매일 같이 술을 마시니 성할 리가 있나요. 내달에 꼭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해서 정확한 검진을 받자고 약속했습니다. 치매는 초기에 잡는 게 중요하다, 센터에 가는 것은 건강검진과 다름없다는 잔소리와 함께요.
 
간이 검사이긴 했지만, 객관적인 결과를 보니 고민이 깊어집니다. 저는 아빠의 노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어떤 부모자식 사이에 애증이 없겠냐만, 저와 아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아빠 행동에 참견도 많이 하고, 그 과정에서 버릇없이 굴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한참 어린 딸이 자신을 가벼이 대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을 게 당연한데… 아빠는 그런 제 모습을 받아주셨습니다. 치매에 걸리면 흔히 어린아이처럼 변한다고들 합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린다면, 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아빠가 했던 것처럼요.
 
간사하게도 유한함을 인식하니 조급해집니다. 치매는 미래를 잃는 병이라고 하는데, 당신에게 행복을 회고할 수 있는 기억이 충분할지요. 그동안 생계로 여념이 없어 여행과 같은 가족 이벤트는 전무했습니다. 부모님과 사이가 나쁜 편은 아닙니다만, 대화를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설에도 각자 방에 들어가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식사할 때 잠깐의 대화를 할 뿐이었습니다. 훗날 돌아보면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이 시기가 축복으로 느껴지겠죠. 남은 시간을 더 풍성하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새해 정초, 목표를 '가족과 즐겁게 보내기'로 잡아봅니다. 가족 이벤트 3회 이상 가지기, 부모님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통화하기,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기 등을 실천할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새해 목표에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더 후회하기 전에 소중한 것들을 잘 돌보는 한 해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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