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인턴기자] #1. 2020년 국감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A업체는 보호필름 부착장치를 개발하고 삼성전자에 이를 독점 공급했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가 해당 기술을 탈취하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경쟁업체에 제품을 넘겨 납품하도록 종용하는 통화가 드러난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필름 부착 장비 납품처를 이원화 하면서 단가 인하 효과를 누렸습니다.
#2. 2022년 11월 LG유플러스는 OTT 업체 왓챠에게 인수 목적으로 접근해 상세한 기술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왓챠는 10개월간 이에 응했으나, LG유플러스는 돌연 취소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곤 2024년 왓챠와 유사한 U+tv모아, 유플레이 등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단순히 업종만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왓챠 UI의 오탈자까지 일치했고, API 로그에는 왓챠 데이터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사진=연합뉴스)
작년 10월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 침해 규모는 2015~2017년 75건 1162억원, 2016~2018년 39건 163억원, 2017년~2019년 55건 290억원, 2021년 33건 189억원, 2022년 18건 197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이 분명한 증거가 발견돼도 보상을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현재까지 진척이 전혀 없고 국감이 끝나자 LG유플러스가 대화에도 나서지 않는 등 모르쇠로 일관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한 피해기업 대표는 “침해 증거를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어 침해 입증이 쉽지 않다”며 “대기업이 소송을 끌면 무기한으로 기간이 늘어나는데 이때까지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힘들고, 보상을 받아도 소송금액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 포함) 간의 당사자계 특허 심판 현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 패소율이 50%, 60%, 72%, 75%, 56%로 높은 실정입니다.
기술탈취 피해가 큰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스파이에 의한 국가기술 유출이 끊이지 않고, 피해액을 제대로 배상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는 끊임 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그러나 법 집행이 중소기업에 더 가혹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대기업의 첨단 기술에 대한 유출 피해를 당했을 때 압수수색을 했다는 뉴스를 볼 수 있는데, 중소기업은 이와 같은 강제적 집행이 이루어졌다는 뉴스를 보기 힘듭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한국형 디스커버리(전문가에 의한 사실조사) 제도 도입, 관련법 제도 개선, 기술분쟁조정 상설위원회 설치 등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산업 생태계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기술 보호가 간절한 때입니다.
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