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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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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박혜정입니다.
기자라는 이름의 여행

2025-02-1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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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혜정 인턴기자] “죽기 전에는 해외여행을 가봐야 한다.”, “해외여행을 가면 견문이 넓어진다.”, “젊을 때일수록 투자라고 생각하고 해외에 많이 가봐야 한다.”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들었던 조언이었습니다. 정말 그럴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 작년 여유가 되어 첫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사진=뉴시스)
 
보통의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감정을 모두 느끼고 싶었습니다. 여행지도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일본 오사카, 필리핀 세부로 선정했습니다. 각각 5박6일, 3박4일 일정이었습니다. 대표 관광지를 방문하는 자유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더불어 현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당시 정치 상황 등을 공부했습니다. 소통을 위해 회화와 번역 도구도 준비했습니다.
 
이색적이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유리창이 없는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너무 빨리 달려 당장이라도 전복될 것 같았는데, 무사히 도착지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야자수가 늘어진 거리를 걸었습니다. 도시에서는 강남에 견줄 빌딩을 마주했고, 시골에서는 지붕도 없는 폐건물에 가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봤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대표 관광지답게 거리에는 볼거리가 넘쳤습니다. 걷고 또 걸었습니다. 하루에 2~3만 보는 족히 걸었던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많아 입이 즐거웠습니다. 한국과 달리 대중교통이 복잡하고 비싼 것을 보고 민영화의 여파를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다양한 언어로 안내가 잘돼 있었습니다.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걸까요. 새로운 걸 접하는 대신, 미디어에서 봤던 그 이상의 무엇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관망하는 관광이 문제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들과 교감하려 애썼습니다. 일본에서는 매일 밤 BAR에 들러 외국인들을 만났습니다. 한국 사람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 머무는 관광객과 깊은 관계를 맺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저 스몰토크에 그쳤습니다. 언어의 장벽도 컸겠죠.
 
깨달은 점은, 짧은 여행기간 동안 엄청난 통찰을 느끼겠다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시시한 쾌락을 위해 지구온난화에 기름을 붓는 비행기를 타고 형편에 맞지 않게 돈을 태우며 여기까지 왔구나, 싶었습니다. 일본여행 마지막 이틀을 앞두고는 이대로 한국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현재 저는 기자라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매일 괴롭습니다. 스스로 너무 못난 것 같고, 숨고 싶습니다. 그러나 작년 여행을 갔을 때보다 재밌습니다. 오래 머무르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여행에서 느끼는 새로움보다 일상에서 내딛는 한 걸음이 더 와닿는 것 같습니다. 부디 이 여행이 순탄하고 무해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박혜정 인턴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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