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최근 밥상 위 단골손님인 김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지난해 주요 식품사들이 일제히 김 가격을 올렸었죠. 반면 우리가 먹는 김 원료인 물김의 가격은 폭락했습니다. 지난달 중순 ㎏당 물김 위판 금액은 588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1609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생물인 물김은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경매에서 유찰 시 폐기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산지 어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3000톤가량의 물김을 폐기했습니다. 전남 진도군에서 1909톤이, 해남군에서는 494톤이 버려졌습니다.
해양수산부의 신규 양식 허가로 양식 면적이 늘었고, 작황 또한 양호해 전국적인 물김 생산량이 늘어난 결과입니다. 이에 해남은 어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물김 출하조절 사업 확대를 통한 물김 가격 안정에 나섰습니다. 물김 가격 안정화 대책 간담회를 열고 불법 시설물 단속 강화, 생산량 조절 등에 의견을 모았죠.
서울의 한 시장 상인이 김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러니하게도 마트에서 판매하는 김 가격은 상승세입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수도권 유통업체의 맛김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올라 39개 조사품목 중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습니다. 2023년 1월 평균 4479원에서 2024년 12월 5555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이전의 김 원초 가격 상승과 참기름 등 부재료 가격 강세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이 같은 국내 가격 사정과는 별개로 김 수출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지난해 김 수출액은 9억9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8%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2년 연속 수출액 1조원을 달성했습니다. 해수부는 지난해 김을 비롯해 굴, 전복, 넙치를 4대 핵심 품목으로 선정해 '수출 1억 달러 품목'으로 육성하고자 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한 것은 김뿐입니다.
김은 K-푸드 열풍 속 수출 호조세에 '바다의 반도체', '검은 반도체'로 불리고 있죠. 하지만 정작 어민들은 명성에 따른 이득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김 생산자와 우리가 먹는 김 제조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원료 생산부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입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