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주방 문이 닫히고 있습니다. '간편한 한 끼'를 선호하는 현대인들에게 더이상 주방은 삼시 세끼를 차리기 위해 긴 시간을 머무는 공간이 아닙니다. 이른바 키친 클로징(Kitchen Closing·주방 폐쇄) 시대가 온 것입니다.
이는 사회 경제적 현상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됩니다. 맞벌이 가구와 1~2인 가구 증가로 집밥보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현상은 이미 오래전 얘기죠. 여기에 고물가와 이상기후 심화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으며 한 가지 요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구매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배달 음식 또한 가격이 오르긴 마찬가지입니다. 음식점주들은 물가 인상과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며 배달 음식 가격을 올리는 추세입니다.
각 재료가 소분 포장된 밀키트의 경우 포장지를 뜯어 끓이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지만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데다 최소한일지라도 조리 과정을 거쳐야 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의 델리 코너. (사진=김성은 기자)
이에 바로 먹을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 이른바 '델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미 조리된 음식을 통상 만원 이하 가격에 구입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최대 장점입니다.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간편하고 저렴한 식사 대용으로 델리를 찾습니다.
델리 판매업체들은 메뉴를 다양화하고 맛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소비자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과거 델리 종류는 샌드위치, 초밥, 치킨 등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간편식부터 덮밥, 스테이크, 비건식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양장피, 타코야키, 뇨끼 등 여러 나라 음식을 진열해 미식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형마트를 가면 키친 클로징 시대의 도래를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서울 강동구 한 대형마트의 경우 델리 코너 길이가 27미터입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에 입장하면 왼쪽으로 델리 코너가 쭉 펼쳐집니다.
최근에는 소비자 입맛과 눈높이에 맞는 음식을 저렴하게 파는 곳이 늘었습니다. 한동안 주방 문을 닫아도 될 정도입니다. 이에 같은 요리를 직접 만드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더 저렴하다고 인식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고물가와 1~2인 가구 증가,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시장 경쟁이 맞물리며 우리의 식생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