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중증외상센터'입니다. 이 드라마는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TV-OTT 드라마 부문 화제성 조사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의학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자연스럽게 현실 속 의료 시스템의 문제도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드라마 '골든타임'은 국내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과 지방병원의 어려운 상황을 가감없이 조명했습니다. '낭만닥터 김사부'도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골든타임'에는 최인혁(이성민),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김사부(한석규), 그리고 '중증외상센터'에는 백강혁(주지훈)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과 맞서는 인물들입니다.
이 세 인물 뒤에는 늘 따라붙는 현실 속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이국종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국내 중증외상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 받으며 중증외상센터의 발전을 위해 오랜 기간 외로운 싸움을 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헌신은 최인혁, 김사부, 백강혁 캐릭터에 모티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11년간 운영되던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정부 지원금 중단으로 문을 닫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매년 9억원의 정부 예산이 지원되던 수련센터는 지난해 말 지원금이 삭감돼 결국 운영을 중단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소식은 조용히 묻힐 뻔했지만 다행히도 드라마 '중증외상센터' 인기로 그나마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관심이 지속될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가 방영될 때도 의료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관심도 함께 식어버렸고 의료계에는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남아 있는 건 고군분투하는 몇몇 사명감 있는 의사들뿐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의학 드라마가 등장해 '현실판 누구누구'라는 타이틀이 붙을 때마다 그 자리를 지켜온 의료진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허탈한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중증외상센터' 포스터.(이미지=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