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를 큰 충격에 빠트린 하늘양 사망 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을 처음 접한 후, 하늘양의 아버지가 대전 붉은악마 현장팀장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에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오랜 친구 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학창시절부터 축구를 좋아해 붉은악마로 활동했기에 혹시라도 아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습니다. 아니라 다를까, 친구는 황망히 세상을 떠난 하늘양을 위해 기도를 부탁하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잠긴 목소리로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일어날 줄 몰랐네"라고 했습니다.
하늘양의 아버지가 재작년까지 소모임 운영자로 활동해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운영 회의나 경기장에서 마주치는 사이였다고 했습니다. 하늘양을 경기장에서 보기도 했답니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감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여론은 이러한 부모를 비난하며 사냥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하늘양의 아버지가 하늘양이 좋아했던 아이브를 언급하며 가능하다면 장원영이 조문을 와주면 좋겠다고 했던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이에 '조문을 강요했다'는 비판과 '조문을 가야 한다'며 장원영의 SNS를 찾아가 댓글을 남기는 행동이 동시에 벌어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하늘양의 아버지는 "강요 아닌 부탁"이라고 해명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여론의 사냥감이 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각종 의혹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의혹들이 진실 여부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이러한 의혹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극적인 의혹만이 주목 받습니다.
매번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한 쪽에서는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을 공격하고 객관성을 잃은 채 확증 편향에 갇혀 유족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모습이 반복됩니다. 이제는 위로도, 추모도 없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오로지 '마녀사냥'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초등학생 피살사건이 발생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에 12일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고 김하늘 양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