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쇼크3보다 작은 본체, 하지만 갖고 다닐 순 없는 콘솔 게임기. 혹시 눈치 채신 분이 계신가요?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괴작(?)은 'PS Vita TV'입니다.
PS 비타 TV는 PS 비타용 게임을 TV 화면으로도 즐길 수 있게 하는 콘솔입니다. 비타 출시 3년 뒤인 2014년 발매됐는데요. 기존 비타의 세이브 파일을 온라인으로 내려받아 TV로 이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이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PS 비타 TV. (사진=이범종)
첫 번째 이유는 기존 비타의 인기가 전작인 PSP(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만 못했다는 겁니다. 반드시 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퍼스트 파티 게임이 부족했습니다. 하드웨어는 당시 기준으로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뛰어났지만요.
두 번째 이유는 애매한 정체성입니다. 이 기기는 분명 비타 게임을 TV로 할 수 있게 만들어졌잖아요. 그런데 안 되는 게임이 많습니다. 비타는 온라인 스토어에 접속해 전 세대 제품인 PSP 게임을 구매해 즐길 수 있는데요. 비타 TV에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습니다.
그럼 비타용 게임은 다 돌아갈까요? 아닙니다. 첫 퍼스트 파티 게임인 '언차티드: 새로운 모험의 시작'은 설치만 되고 실행을 못 합니다. 라인게임즈의 '베리드 스타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럴거면 처음부터 비타 TV에선 설치 안되게 했어야 하는데 그런 제약이 없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게임 중 비타 TV를 지원하는 게 있다면 아쉬움이 상쇄되겠죠. 그래서 '드래곤 퀘스트 히어로즈 Ⅱ: 쌍둥이 왕과 예언의 끝'을 설치해봤습니다. 옳거니! 이건 실행이 되는군요. 그런데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존 비타의 세이브 파일이 연계되지 않습니다. 비타 TV로 이 게임을 하려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게 절망하다 실행을 시도한 몇몇 게임이 비타 TV에서 손 떼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아틀러스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페르소나 4 더 골든' 때문입니다. 지난해 재밌게 즐기고 가끔 2회차를 해보는 '슈퍼로봇대전 V(브이)'도 잘 돌아갑니다. '파이널 판타지 X(텐) HD 리마스터'도 진행 상황 연계가 잘 됩니다.
비타 TV의 기판은 기존 비타와 같다. 온라인에 게시된 제품 분해기에 따르면, 처음부터 비타에 HDMI를 연결할 수 있었지만, 소니가 비타 출시 때 이를 막아놓고 나중에 비타 TV에 HDMI 기능을 넣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계속 비타 TV를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소니가 처음부터 비타 TV를 닌텐도 스위치처럼 만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기존 고성능 거치형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타 TV의 애매함이 더욱 강조되는군요.
그러고 보니,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PS 비타 TV 이름을 나중에 'PS TV'로 바꿨습니다. 원래 TV로 연결하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는데, 비타 게임을 TV로 할 수 있는 게임기 이름을 플레이스테이션 TV로 바꿨다니. 소니 스스로 이 제품의 애매한 정체성을 부각한 셈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제 이 제품의 중고품을 구하려면 오히려 출시 당시 정가나 그 이상을 써야 합니다. 출시 당시 인기가 없던 탓에 시중에 남은 물건이 귀해졌기 때문이지요. 온라인 상점에 하나 있는 미개봉 상품은 200만원에 달합니다. 과연 저에게 소장 가치가 있을까요? 애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