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고금리에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한 자영업자가 3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 증가율은 52%로 속도가 훨씬 빨랐습니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3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내수 부진에 빚을 못갚는 자영업자들은 급증하고 있는데요.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원(0.1%) 늘어났습니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습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9.9%인 7조804억원 늘어 3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배경은 고금리 속에 깊어지고 장기화하는 내수 침체인데요. 우리나라 소매판매액은 전년보다 2.2% 줄어 신용카드 대란 사태가 있던 2003년(-3.2%) 이후 21년만에 최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빚이 급증한 계기는 코로나19입니다. 당시 미국이나 유럽 주요국에서는 전면봉쇄를 하면서 재정을 동원해 자영업자를 직접 지원했지만, 우리나라는 대출 연장이나 신규 대출 등 대출을 통한 지원을 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이 100%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치솟자 그동안 빚이 많아진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에 연체율이 올라가고 폐업하는 악순환을 겪은 겁니다.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부담은 더욱 심각한데요. 작년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4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303억원이나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1조9030억원), 30대(-6조4589억원), 40대(-12조9124억원), 50대(-2조6843억원) 등 다른 연령대에서 대출잔액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 역시 1년 새 5조1840억원에서 7조8920억원으로 52.2% 급증했습니다.
고령층의 경우 생계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보니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자영업자의 채무불이행이 급증한 것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경고 신호로 읽힙니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많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연체율이 급증한 현실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위기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금융당국이 연체·폐업 위기 자영업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해 자영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때입니다.
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다. 사진은 서울 명동 거리 모습.(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