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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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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뉴스토마토 산업1부 박혜정입니다.
주주총회와 밸류업

2025-03-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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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취재를 위해 지난주 여러 주주총회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을 보고 느낀 바는 ‘주주와 경영진 간 소통의 장은 정말 중요하구나’ 였습니다. 주주들이 회사에 하는 질문은 주로 두 가지 로 모였습니다. 주가가 낮다면 ‘왜 이렇게 실적이 부진하느냐’, 주가가 높다면 ‘실적에 비해 왜 주주 환원이 미진하느냐’입니다. 어찌 보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는 이 질문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전자 제 56기 정기주주총회 전경(사진=박혜정 기자)
 
주주들은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묵직한 한 방을 날리기 위해 질문을 준비해 옵니다. 여러 지표와 경영진이 기존에 했던 약속을 근거로 들어가며 요목조목 따집니다. 수십 번을 연습했을 질문을 또박또박 말하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어떤 감정으로, 어떤 역사로 그들은 이른 오전 평일 회사 본사에 와 이런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것일까요.
 
질문을 받은 경영진의 표정에는 당혹감과 불편함이 감돌았습니다. ‘사업이 왜 부진하느냐’, ‘배당액이 왜 이렇게 적느냐’ 경영진으로서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겠다 싶었습니다.
 
한계도 많이 보였습니다. 대부분의 주주총회는 1시간 내외로 진행됐습니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장의 4~5명 정도로 추려집니다. 그 마저도 의장이 직접 그들의 눈에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골라 발언 기회를 줬습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주주들은 더 소외됐습니다. 삼성전자 주총에서 온라인으로 들어온 질문이 있냐고 묻자 진행자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주 삼성전자에 그럴 리가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형식적인 주주총회 안건도 문제였습니다. 대다수에 회사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뻔한 내용이었습니다. 주주총회는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이 모여 중요한 사항을 의사 결정하는 기관’인데 ‘중요한 것’을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싶었습니다. 주주들은 이미 내정된 내용을 안건으로 올리니 그저 승인할 뿐. 찬성률도 대부분 90%에 육박했습니다. 가타부타 따질 필요 없는 내용이 과연 ‘중요한 것’일까요.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 곧 전자주주총회 시스템이 확충될 예정입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기업은 의무적으로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해야 하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3월을 시작으로 전자주주총회 전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 플랫폼을 통해 정기주주총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자주총은 주총 참여의 시공간 제약을 상쇄시키는 주주 가치 제고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시스템이 완비된다면 이번 주요 기업에서 보여줬던 온라인 참여자에 대한 소외는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플랫폼 내에서 주주들끼리 질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추천 시스템을 활성화해 질문의 대표성을 갖게 하는 방법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주제안 등의 새로운 의사 제안 제도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주주제안은 주주가 주주총회 안건을 이사에게 제안하는 제도입니다. 배당 확대, 자사주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요구하는 안건부터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 공개, 기업설명회 정례화, 보수심의제 신설 등의 안건이 올라옵니다. 이견이 없이 내정된 안건을 상의하고, 한정된 시간에 빠르게 질문을 받고 마무리해버리는 주주총회보다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의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논의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주주제안은 약 40개 회사에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주주는 기업에게 투자금을 주는 투자자이며, 기업의 주인이니 앞으로 주주입장에서 진행되는 주주총회가 더 활성화되길 바라봅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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