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 ‘전례 없는 위기’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냐’고 반문하면 할 말이 없지만, 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시내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 경제는 현재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지 오래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보호무역주의에 기초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대내적으로는 윤석열씨의 내란 사태 이후 탄핵 심판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최악의 산불 피해는 봄철 지역 경제 ‘벚꽃 특수’ 기지개도 켜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셈입니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가장 신음하는 것은 생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입니다. 기업의 불황과 악화 전망 소식이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다 보니 언론 등에서 다루는 비중이 적지만, 자영업자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 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 차주)는 42만7000명으로 전년 말(39만6000명)보다 3만1000명 늘었습니다. 이들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은 2022년 말 115조7000억원에서 1년새 125조4000억원으로 9조7000억원 늘었습니다. 특히 금융권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한 연체 차주는 2022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14만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22년 2분기 말(4만8000명)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줄고 대출이 늘어난 자영업자들이 연체의 늪에 계속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국내 치킨집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목에서 근근이 1년여를 버텨냈지만 요즘의 위기는 쉬이 넘기기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와이프와 단둘이 치킨집을 운영하며 버티지만 일 매출은 10여만원 안팎에 불과해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계를 위해 와이프에게 가게를 맡기고 자신은 부업을 알아보고 있지만 일자리 또한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 서민의 현실입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을 신속하게 투입하고 저소득층 서민을 위한 민생 정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소비심리 개선을 위해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해야 합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선고를 지연하면서 국가는 분열되고 대내외 위기 해소에 필요한 시간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혼란한 정국으로 이어지며 경기 침체 장기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치킨집 사장인 친구도 저와 헤어지기 전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윤석열 탄핵 심판이 끝나길 바란다”고.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습니다. 지금, 바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