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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덕훈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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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잠행보다 결단할 때

2025-03-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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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흔들리면서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뺏긴데다, 레거시 메모리 분야는 중국의 거센 공세로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비메모리 부문의 주력 사업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밀려 있는데,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이를 타개할 뾰족한 수단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을 교체하고 올해 반도체 전문가 3인을 새롭게 이사회에 보강하는 등 경쟁력 회복 의지를 드러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냉랭합니다. 속절없이 추락한 채 요지부동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가는 이를 방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잠행 경영 시간만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곧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3자 회동을 가지며 공개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나 했지만, 검찰의 상고 후에 다시 잠행에 들어간 모습입니다. 더욱이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또한 기약없이 미뤄지는 등 삼성의 위기를 돌파해 낼 책임 경영의지도 색이 바랐습니다.
 
리더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삼성의 미래 전망도 어둡게 합니다. 전방위적 위기는 이 회장의 책임있는 결단을 요구하지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메시지 조차 나오지 않는 소극적 경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미래 방향성 조차 희미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합니다. 가깝게는 초격차 기술 회복을 위한 인재 영입과 근본적인 조직구조 개선을 비롯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파운드리의 분사와 같은 독립 경영의 필요성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는 사이, 이 회장은 잠행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이건희 선대회장은 생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결단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양이 아닌 질 중심의 경영 전환을 선포하며 조직과 문화, 그리고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이러한 결단을 이제는 이 회장이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배덕훈 재계팀장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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