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특별합니다. 맛있어서 남겨두고 나중에 먹고 싶은 반찬 같지요. 하지만 이걸 모아놨다 한꺼번에 쓸 수는 없으니, 나에게 다가온 행운을 즐기는 데만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짱구는 못말려' 시즌 19 '행운을 저금해요' 편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날 짱구와 친구들은 동네 과일 가게에서 남은 시식용 수박을 먹습니다.
합정역 인형 뽑기 기계 속 짱구 인형. (사진=이범종 기자)
아이들은 가장 큰 수박 먹을 사람을 가위바위보로 정하려 하는데요. 맹구는 이걸 거부합니다. 어제 TV 출연자가 '평생 찾아오는 행운의 횟수는 정해져 있고, 이걸 함부로 써선 안 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라네요.
철수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고, 결국 훈이가 가위바위보를 이겼습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개 때문에 놀라, 반이나 남은 수박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슬픔도 잠시. 훈이는 놀이터에서도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그네를 먼저 탔는데요. 내리자마자 배드민턴 셔틀콕에 맞았습니다. 짱구를 제외한 아이들은 훈이의 '행운 사용 결과'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아이들은 화장실 사용 순서를 서로 양보했습니다. 결국 화장실은 짱구가 먼저 쓰게 됐는데요. 이때부터 짱구의 행운이 이어집니다. 짱구가 예쁜 누나의 손수건을 주워서 갖다주자, 그 누나가 짱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습니다.
아이들은 짱구가 하찮은 곳에 행운을 써버린다고 생각했지만, 행운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짱구가 곧이어 지갑을 주웠고, 친구들과 파출소에 가자마자 지갑 주인을 만났습니다. 지갑 주인 아주머니는 보상으로 아이들에게 사탕을 줬는데, 철수는 행운을 아끼려고 이걸 안 받았습니다. 대신 짱구가 그 사탕도 받아 갔죠.
행운을 아낀 효과가 있는 걸까요. 아주머니는 떡잎상가에서 받은 어린이 행운권을 철수에게 줬습니다. 철수는 하루 종일 아낀 행운을 행운권에 쓰려고 했지만, 현장 응모 결과는 7등인 과일 사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운권은 한 장이 더 붙어 있었습니다. 짱구가 이걸로 응모했더니 아이스바 교환권 네 장을 받았습니다. 짱구와 친구들이 하나씩 먹을 수 있는 숫자만큼 나온 겁니다. 게다가 짱구가 먹은 아이스바에는 '하나 더'가 적혀있네요.
행운은 내가 아낀다고 해서 마음대로 쓰는 때가 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찾아온 행운도, 그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아낌없이 쓰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