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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정

(기자의눈)결제도, 정보유출도, 사과도 '빠름 빠름 빠름~'

2014-01-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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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KB국민·롯데·농협 등 3개 신용카드사에서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출된 고객정보는 1억400만건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신뢰회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외치는 카드사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고객정보에 대한 보안망은 구멍 투성인 셈이다.
 
'신용카드 강국'이란 말이 무색하다. 결제가 쉽고 빠를 뿐 보안성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이 이용한 카드결제 건수는 92억9000만건이다. 1초당 280여건이 카드로 결제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카드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고객정보유출 보도 이후 고객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뒷말이 적지 않았다. 쉽고 빠른 결제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신용카드업 대표들답게 대국민 사과도 쉽고 빨랐다.
 
3개 카드사(KB국민·롯데·농협)는 피해규모가 사상 최대인만큼 당일 급하게 기자회견을 마련했지만, 충분한 질의응답도 없이 세 문장의 사과문을 낭독하는데 그쳤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한 채 3사 CEO들은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서 보여준 3개 신용카드사 CEO의 대응은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이번 사고로 카드업계는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고,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그 동안 '고금리', '영세가맹점', '가계부채' 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먼저 매 맞는 곳은 카드사였다. 이 때문에 "우리가 동네 북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동네 북이냐는 불만 이전에 부가서비스 축소 등 꼼수를 일삼았던 그들의 태도를 되돌아 봐야 한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에 한 어린아이가 "창랑(滄浪)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는다"고 노래했다. 이를 본 공자는 "같은 물인데도 소중한 갓끈을 씻기도 하고 더러운 발을 씻기도 하는 것은 물이 맑은가 흐린가에 달렸다"며 " 모두 물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으로부터 어떠한 대접을 받는가는 자기 하기에 달렸다는 의미다.
 
'신뢰회복',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해 카드사들이 진정성을 담은 목소리를 외칠 때 소비자의 마음도 움직인다.
 
카드사들의 이번 대국민 사과가 금융소비자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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