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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토마토북리뷰)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리처드 도킨스著, <이기적 유전자>

2014-04-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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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직설'이 먹히는 시대다. 이른바 '멘토'라는 인물들이 입에 발린 이야기만 늘어놓자 어느샌가 대중들은 '돌직구'를 던지는 독설가를 원하기 시작했다.
 
항상 기존의 프레임을 깨는 것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1859년 당시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왔을 땐 인간 지성에 혁명에 가까운 충격을 줬다. 혹자는 '인간은 원숭이의 후손인가'라며 이죽거리기도 했다.
 
또 이에 앞서 발상의 전환의 대명사 격인 코페르니쿠스가 내놓은 지동설은 신(神)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시킨 역사적인 사건이다.
 
저자를 굳이 모르더라도 책의 제목 <이기적 유전자>와 앞 챕터 몇 개만 속독을 하면 글 서두에서 제시한 '직설'과 '反프레임적 사고'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을 덮고 난 후엔 먼저 닭과 달걀의 순환논리가 깨진다. 닭은 달걀을 낳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윈의 이기적인 종(種)과는 약간 상이하다.
 
다윈은 "종은 생존하기 위해서 진화했다"라고 보는 반면에 도킨스는 "유전자는 스스로를 보존시키기 위한 본능이라며 종 또는 개체를 진화시킨다"고 역설한다. 즉, 주체가 달라진다. 유전자가 시키는 대로 간다는 게 도킨스의 주장의 핵심이다.
 
특히나 우리는 '이기적', '이기심' '이기주의'란 말에 소스라칠 정도로 거부반응을 보이곤 한다. 인간의 내재된 이기심을 배우기 보단 항상 이타적 인간이길 무언의 강요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럴진데 저자는 한걸음 더 나가 인간은 유전자가 조종하는 이기적인 생존 기계에 불과하단다.
 
거부반응이 절로 난다. 이러한 거부반응으로부터 시작된 진화생물학에 대한 기존 프레임이 이 책이 출간된 1976년 어느날 무참히 부서졌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나는 얼마나 자존적인 존재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서 가는가'라는 철학적 고민을 한번쯤 해본 사람에겐 슬프게도 과학적 허무감마저 주는책이다. 그러기에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이기적'일지도 모른다.
 
본인은 리처드 도킨스가 유전자의 이기적인 면을 궁극적으로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逆說)이게도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왜냐고? 유전자가 이기적이지 않다면 즉, 자신을 더 빨리 복제시키지 못한다면 소멸되기 때문이다.
 
유전자적 관점에서 그 담지자를 이기적으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유전자가 있을 때도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며 반대로 그 담지자를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더라도 그 유전자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가 진화생물학의 교과서로 자리 잡은 원초적인 이유는 저자가 기존의 종(種)의 시각에서 탈피해 유전자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것을 세상에 해석할 화두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546 페이지를 읽는 내내 누군가는 어이가 없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생이 덧없다고 푸념을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던지고자 하는 화두를 받아 우리는 하나 기억해 둘 것이 있다.
 
바로 한번쯤은 '보이는'(겉으로 드러난) 이타심 앞에서 '보이지 않는'(내재된) 이기심을 감추지 말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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