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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80조 쏟아부었지만…메아리없는 저출산 대책

출산률 OECD 최하위 머물러…"일자리·주거 등 함께 다뤄져야"

2017-02-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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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정부가 지난 2006년부터 80조원 이상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에 보일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립된 계획들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실 관계자는 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부 유관부처에 연초 마련한 저출산 대책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놓은 상태”라며 “지금까지 제기된 미진한 점들이 수정됐는지 여부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1·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관련 사업에 총 80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시행하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회)를 두는 등 관련 법제와 기구도 갖추며 정책 지원에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2020년까지를 시한으로 3차 기본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차 기본계획이 수립된 2006년 1.12에서 2015년 1.24로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해당 기간 중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도 2012년 1.30에 머물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해당 기간 중 가임여성 수도 1361만5000명에서 1279만6000명으로 꾸준히 줄면서, 출생아 수도 따라서 감소하는 ‘나선형적 하향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저출산 대응은 합계출산율 목표(2.1)를 신속하게 달성한다 하더라도 해당 출생 코호트(연령 등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가 결혼·출산 시기에 진입하게 되는 한 세대 이후에나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장기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기본계획 목표와 정책개발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3차 기본계획을 놓고도 문제점이 제기된다. 우선 현안 전담기구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위원회가 대응기구로 편제되어 있지만 정부조직도 상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대통령 자문 국정과제위원회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2005년 당시 위원회 산하에 전문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 추진기구를 뒀지만 2008년 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바뀌면서 전문위원회와 추진기구가 모두 폐지되는 등 정책의 안정적 추진 기반이 저해되는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이 지난 2015년 10월 내각에 관련 내용을 전담하는 ‘1억총활약 담당상’(장관급) 직책을 신설하고 문제 해결에 골몰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있는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산하에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추진기구를 재설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 의원은 “저출산 문제를 전문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정책의 효율적인 수립·조정·평가를 위해 전문위원회와 정책 추진기구 부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정부가 수립한 분야별 과제들이 개별 목표 간 모순으로 인해 본래 기대효과가 약화되거나 청년 일자리·주거 대책 등의 과제가 실현 가능성이 낮거나 심지어 역효과를 야기할 개연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 내 출산·육아를 장려하는 문화가 형성되지 않는 한 아무리 관련 법·제도를 갖춰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최근 롯데그룹이 남성육아휴직 의무화를 발표하는 등의 변화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며,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나 여성의 출산 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 곳곳에 만연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서울 광진구청 보건소에서 열린 '행복한 임신 아름다운 D라인' 행사 참석자들이 뱃속 아이에게 입힐 배냇저고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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