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 등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왔던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엎고 거침없이 질주 중이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전반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0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ICT 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 대만 등 경쟁국들의 부상으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ICT 제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경쟁력 유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국내 ICT 산업의 위기는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8년간 글로벌 LCD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해 온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국 BOE에 왕좌를 내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국가별 점유율에서는 화웨이, 비보, 오포 등 중국 3사에 추월당한지 오래다. 그나마 반도체 영역에서는 여전히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대규모 물량 공세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실장은 "중국 업체들은 높은 가성비로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 주의 강화 등 제반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진단했다.
각계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직간접적 보조금으로 성장한 디스플레이, 같은 모델로 맹추격 중인 반도체 영역 모두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연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산업정책실 실장은 "중국은 LCD 시장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OLED 시장 육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독보적 상용화 기술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구부리거나 말거나 접는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OLED가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 응용될 것이란 얘기다. 이 실장은 스마트폰, TV 등 지금의 한정적인 분야에서 자동차, 건축, 의료, 광고 등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을 제안했다.
상대적으로 안정권에 있는 반도체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는 지속적인 투자가 강조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는 결국 투자에 승패가 달려 있다"며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후발 주자들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이 보통의 경우이지만 막대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며 "한국 업체들도 50%가 넘는 영업이익으로 연구개발(R&D) 등에 추가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