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동연, 이재명과 선긋기?…'정성호 인수위원장'도 없던 일
김동연, 지방선거 직후 정성호에 인수위원장 제안…주말 지나 철회
이재명계 "고생하며 선거 도왔더니 자기들이 잘해서 이겼다는 반응"
김동연계 "앞으로 같이 갈 것이라고 생각 안해…원팀은 지방선거까지"
인수위 "이재명계 전문위원, 자문위원으로 인수위 참여…간사단도 상당수"
2022-06-16 18:19:42 2022-06-17 16:26:28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이재명 의원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선거캠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에게 도지사직 인수위원장을 제안했지만, 이조차 없던 일로 돌리는 등 이재명 사람들과의 결별이 시작됐다. 정 의원은 명실상부 이재명계 좌장으로, 지난 경기지사 선거를 총괄 지휘했다. 이재명 의원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에 휘청이면서 김 당선인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동연, 지방선거 승리 후 정성호에 인수위원장 제안…주말 지나 철회
 
16일 이 의원 측과 김 당선인 측 등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 직후 정성호 의원에게 인수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정 의원이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 승리에 크게 기여했고, 4선 중진에 정책통으로 꼽힌다는 점 등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공동선대위원장인 안민석·조정식 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은 경선 때 김 당선인과 경쟁한 관계로, 이들 중 한 명에게만 인수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 선거 후 첫 주말을 지나면서 캠프 내 기류가 변했다. 새로운물결을 함께 했던 김동연계가 '정성호 인수위원장' 카드에 강력 반발했다는 것.
 
5월22일 김동연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경기도 성남 분당구 야탑역 인근거리에서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정 의원이 인수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김 당선인이 인수위원장을 맡아달라고 강하게 요청했고, 세부 분과위원을 임명한 뒤 주말 이후에 최종 인수위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다"며 "하지만 주말을 지나자 김 당선인이 '정치인은 인수위원장을 안 맡는 게 좋을 것 같다'라며 결정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형식은 정 의원이 '나는 이재명계라는 상징성이 있어서 인수위원장을 안 맞는 게 좋겠다'면서 고사하는 걸로 했지만, 실제는 김 당선인이 '정성호 내정은 없던 일'이라며 통보한 것에 가깝다"고 부연했다.
 
이재명계는 김 당선인의 결정이 번복된 배후로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등 특정 인사들을 지목했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은 인수위원장을 맡을 수 없다고 했지만, 인수위원장을 맡은 염태영 전 수원시장도 민주당 최고위원 출신 아니냐"며 "몇몇이 이재명 의원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 인수위원장은 물론 인수위 분과에서도 이 의원과 친분이 있다면 다 제외됐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선팀이 통째로 옮겨와서 경기지사 선거를 도왔는데 자기들이 잘해서 이긴 줄 안다"며 "아예 인수위원장에는 이재명 의원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염태영 전 시장을 보란듯이 앉혔다"고 했다. 이어 "자리를 바란 건 아니지만 이처럼 의도적으로 배제해서 좋을 게 무엇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인수위 주요 직책엔 이재명계가 모두 빠졌다. 정 의원은 약속한 인수위원장 대신 인수위 상임고문에 임명됐다.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으로, 선거캠프 실무를 책임졌던 김용 전 경기도청 대변인은 인수위원이 아닌 자문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의 정책 브레인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성남 인맥'인 이우종 전 경기아트센터 사장 등도 김 당선인을 도왔지만 인수위 명단에선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이재명계 '부글부글'…김동연 측 "당연한 수순"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당선인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 같은 이재명계 배제는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두 사람은 20대 대선에서 정치교체를 명분으로 단일화를 이뤘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당선인이 민주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안민석·조정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을 꺾고 후보로 선출된 데는 이 의원의 지원사격이 절대적이었다. 이후 정성호 의원을 필두로 김용 전 대변인,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 조계원 전 정책수석 등 '대선팀'이 옮겨가 선거전략부터 유세 실무까지 도왔을 정도다.
 
파국의 조짐도 엿보였다. 지방선거가 종반으로 치닫자 김 당선인은 이 의원과의 차별화에 주력했다. 선거 초반 이재명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말도 시간이 흐를수록 횟수가 줄어들다, 아예 빠졌다. 선거 공보물에도 '이재명' 대신 '노무현'과 '문재인'으로 채워졌다. 특히 지난달 1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는 이 의원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연루된 경기도청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명확하게 있다"고 했고, "백현동 문제나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도 대장동 의혹과 마찬가지로 검찰이든 경찰이든 분명하게 조사하고 수사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경기지사가 되면 진상규명에 협조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명 의원과의 오해를 막후에서 조정한 이는 다름아닌 정 의원이었다.
 
반면 김 당선인 측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그렇다면 이재명계가 앞으로도 쭉 김동연 밑에서 같이 가겠다고 생각한 것이냐"며 "어차피 원팀은 지방선거 때까지고 앞으로는 경쟁과 협조 관계"라고 말했다. 인수위에 반호영 네오팩트 대표 등 기업인과 경제 전문가를 대거 선임한 것은 경제부총리 출신의 김 당선인 강점을 살리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새로운물결 창당준비부위원장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 교수를 경제분과위원으로, 경제부총리 시절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김용진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인수위 부위원장에 위촉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당선인 입장에선 경기지사가 되기만 하면 명실상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되는 것"이라며 "선거 땐 민주당 지지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이재명표 정책 계승을 강조하지만, 당선 이후엔 그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고 그러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도, 김 당선인도 관계가 이렇게 될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팀이었던 사람들일수록 더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경기지사 인수위 측은 본지 보도 이후 아래와 같이 공식 입장을 알려왔다.
 
우선 인수위 측은 인수위에 이재명계 인사들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 "정책조정분과와 기획재정분과 등 인수위의 6개 분과와 3개 특위, 1개 태스크포스(TF)에 캠프에 참여했던 이른바 '이재명 측 인사들'이 전문위원과 자문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분과에서 실무를 책임지는 간사단의 경우에도 이재명 측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다"고 했다.
 
또 인수위원 구성 원칙에 관해선 "김동연 당선인의 실사구시 지론에 따라 인수위원은 정치인을 가급적 배제한 실무형으로 구성했다"면서 "이런 구상엔 정성호 의원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인수위 구성을 놓고 김동연 당선인과 이재명 의원의 연대가 흔들린다는 지적엔 "김 당선인은 민주당 정치교체위원회의 공동위원장 등을 맡는 등 민주당 개혁에서 이 의원과 함께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정치교체 등 가치연대를 통해 모범적인 단일화를 이룬 데 이어 이후에도 줄곧 정치교체 기치에 뜻을 함께하며 흔들림 없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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