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전 1호기의 '중수'(Heavy Water)를 중국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제 시세보다 훨씬 싸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는 주장입니다. 원전업계에선 한수원이 2100만달러(한화 약 29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을 걸로 추산했습니다. 한수원 전·현직 임원들의 배임 논란도 불가피해졌습니다. 반면 한수원은 문제없는 계약으로, 헐값 처분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한수원, 최소 '8분의1' 헐값에 중국과 계약"…배임 논란 불가피
한수원은 지난 2021년 10월25일 중국 CNEIC(China Nuclear Energy Industry Corporation), 친산 원전과 중수 판매계약을 맺었습니다. 한수원은 이튿날 보도자료를 통해 "CNEIC는 중국 내 핵연료주기제품 수출·입을 담당하는 회사고, 친산 원전은 월성 원전과 동일한 중수로형 원전"이라며 "약 40억원 규모의 중수 판매계약은 월성 원전에 보관 중인 중수 80톤을 2022년 10월까지 친산 원전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원전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만들어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자평했습니다.
2021년 10월25일 한국수력원자력은 중국 CNEIC(China Nuclear Energy Industry Corporation), 친산 원전과 중수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중수란 일반적인 물(경수)보다 더 무거운 물을 뜻합니다. 경수의 분자식은 H2O인데, 중수의 분자식은 중수소와 산소가 결합한 D2O입니다. 중수는 중성자 감속효과가 큽니다. 그래서 핵연료로 천연 우라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비용 또한 경수로에 비해 한결 경제적입니다. 당연히 중수의 시장 값어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월성 원전 1호기와 친산 원전 등은 바로 이 중수를 쓰는 중수형 원전입니다.
7일 원전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계약에 대한 의문이 뒤따릅니다. 한 관계자는 "중수 80톤을 40억원에 팔았다는 건 1㎏당 5만원 꼴로 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이라면서 "중수는 정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국제 시세도 비싸게 형성된다. 해외 논문이나 자료들을 보면 캐나다형 중수로에 사용되는 중수의 경우 1㎏당 300달러~500달러(한화 40만~68만원) 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가격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서 1㎏당 300달러라고 한다면 80톤의 시세는 약 2400만달러(한화 330억원)"라며 "결과적으로 중수를 헐값에 넘기면서 한수원은 21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이 중국에 중수를 팔면서 국제적으로 형성된 가격보다 최소 8분의1 수준인 '헐값'에 넘겼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관계자는 "월성 원전 1호기에서 썼던 중수는 이미 한 번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중수의 농도는 여전히 99.9%를 넘어서는 고농도"라면서 "월성 원전 1호기의 중수가 정말 방사성 폐기물이 맞다면 중국이 그걸 수입해서 친산 원전에서 쓰겠다고 할 리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월성 원전 1호기의 중수는 월성 원전 2·3·4호기에 얼마든지 재사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 원전 1호기 전경. (사진=뉴시스)
이는 당시 한수원 경영진의 배임 논란으로 직결됩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2021년 정재훈 사장과 한수원 경영진이 중수의 가치와 국제 시세를 몰랐을 리 없다"면서 "차익과 이에 따른 손실을 알면서도 중수 판매계약을 체결한 건 명백하게 배임죄에 성립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현임인 황주호 사장은 중국과 중수 판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한수원에 없었다고 하지만, 전임 사장이 체결한 계약을 아무 재검토도 없이 그대로 이행해 배임을 방조했다"면서 "사실상 또 다른 배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중국 간 중수는 '사용 중수'…헐값 매각 아냐"
<뉴스토마토>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한수원에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한수원은 중국에 중수를 헐값으로 넘겼다는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한수원은 "중국에 판매한 중수는 발전소에서 사용하고 난 뒤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사용 중수'"라며 "사용 중수는 시장가격이 없고, 중국에 헐값으로 매각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1㎏당 시세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는 건 사용 중수가 아닌 미사용 중수(새 중수)에 관한 것"이라며 "사용 중수는 국제적으로 거래된 사례가 없어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미사용 중수와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또 "일본은 오히려 캐나다에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 중수를 처분한 일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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