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미세플라스틱으로 기아 인구 늘어날 수도
중국 난징대 주도 다국적 연구진,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 측정
해양 생태계에도 악영향, 해산물 생산 100만에서 2400만 톤까지 감소
작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정부 간 협상에서 플라스틱 생산 제한 합의 실패
2025-03-14 09:40:03 2025-03-14 15:06:51
작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플라스틱 오염 억제를 위한 조약을 위한 정부 간 협상 위원회를 홍보하는 광고판(사진=AP/연합)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지난 3월7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2월에 127.1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월에 비해 1.6%,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8.2% 높은 수치입니다. FAO는 세계 식량 생산량은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기후변화, 환경오염, 분쟁, 경제적 불평등 등 다양한 요인 때문에, 지역별로 식량 접근성과 영양 상태에 큰 차이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약 7억5700만명, 즉 전 세계 인구 11명 중 1명이 기아 상태에 있습니다.
 
그런데 미세플라스틱(MP)으로 인한 오염이 농작물의 광합성에 영향을 미쳐 식량 공급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미세플라스틱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식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했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입자는 햇빛이 잎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하고, 식물이 의존하는 토양을 손상할 수 있습니다. 식물이 미세플라스틱을 흡수하면, 물과 영양소를 전달하는 물관과 체관을 막고, 세포에 해를 끼치는 불안정한 분자를 유도하며, 독성 화학 물질을 방출해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를 감소시킵니다.
 
중국 난징대학,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그리고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과학자들이 참여한 다국적·다학제 연구진은 3286건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세플라스틱이 다양한 생태계에서 광합성을 감소시키는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했습니다. 현재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를 적용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광합성 작용을 하는 식물의 엽록소 양을 11~13% 감소시켜 연간 농작물 생산량이 최소 1억900만톤에서 최대 3억6000만톤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울러 해양 조류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줄여 어류와 해산물의 손실도 연간 100만톤에서 2400만톤에 달할 것으로 보았습니다.
 
환경 미세플라스틱을 약 13% 절감시키는 효과적인 플라스틱 저감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광합성 손실을 약 3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미국 과학아카데미회보(PNAS)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연간 농작물 손실이 최근 몇십 년 동안 기후 위기로 인한 손실과 비슷한 규모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향우 20년 동안 세계 기아 인구를 추가로 4억명 증가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인류는 이미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지금 추세대로라면 2058년에 세계 인구는 현재보다 약 18억명 증가한 10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먹이기 위해서는 매년 1.5%의 추가적인 식량 생산이 필요합니다.
 
연구를 주도한 난징대학 오염 억제 및 자원 재생 연구소의 종후안 교수는 “이번 연구는 효과적인 플라스틱 저감 전략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연구자 및 정책 결정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플라스틱 위기에 대응하여 글로벌 식량 공급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사우스 웨일스대학교의 데니스 머피 교수는 “이 분석은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잠재적인 위험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시급함을 일깨워주는 가치 있고 시의적절한 연구지만, 주요 수치들 가운데 일부는 신뢰할 수 있는 예측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1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우리나라 부산에서 제5차 유엔 정부 간 협상 위원회(INC-5)가 열렸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오염을 억제하는 세계 최초의 조약에 합의한다는 목표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100개국 이상이 플라스틱 생산 제한을 주장했던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이런,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폐기물만을 문제 삼았습니다. 
 
협상을 중재한 유엔환경계획(UNEP)의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견해차가 계속되고 있지만 협상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린피스의 그레이엄 포브스는 “우리는 역사적인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의 건강, 생물다양성, 기후를 보호하는 영향력 있는 플라스틱 조약을 확보할 기회는 여전히 손에 닿을 곳에 있다”라고 조금만 양보하면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나타냈습니다. 다음 협상은 올 8월5일부터 1주일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립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지금보다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스틸렌(PS)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볍고 크기가 작아(5mm 이하) 물이나 공기 중에서 광범위하고 쉽게 확산해 거르거나 포집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생산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게 미세플라스틱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유엔의 구호 식량을 배급받는 난민들(사진=유엔난민기구)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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