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지난 2월 26일 영화배우 진 해크먼과 그의 아내 벳시 아라카와가 뉴멕시코 산타페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진 해크먼은 95세, 벳시 아라카와는 65세였습니다.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이 있었지만, 지난 3월 7일 뉴멕시코주 수석 검시관 히더 재럴은 배우 진 해크먼의 아내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으로 남편보다 1주일 먼저 사망했고 중증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던 해크먼은 그 사실을 모른 채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아라카와의 사인으로 밝혀진 한타바이러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바이러스입니다. 한국전쟁 중인 1951년에서 1953년 사이 한탄강 근처에 주둔한 주한미군 약 3200명이 출혈 경향을 보이는 발열 증상을 보인 것을 연구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1976년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처음 분리·확인했고 바이러스가 발견된 한탄강 지역의 이름을 따서 '한탄바이러스(Hantan virus)'라고 명명했습니다. 한탄바이러스는 농촌 지역의 등줄쥐에 의해 옮겨지며 중증의 신증후군 출혈열을 일으키는데 중증 신증후군 출혈열의 경우에는 쇼크와 신부전을 유발하고 10%의 사망률을 보입니다.
몇 년 뒤에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른 한타바이러스들이 발견됐습니다. 한탄바이러스와 한타바이러스는 둘 다 오르쏘한타바이러스(Orthohantavirus)에 속합니다.
198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질병에 신증후군 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HFRS)이라고 공식 명명했습니다. 신증후군 출혈열은 2019년 개편된 '법정감염병 분류체계'에서 제3급 감염병으로 분류되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발생 건수가 많이 증가되었으며 최근에는 매년 약 400-500명의 감염 건수가 신고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한타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인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 질병에 걸리면 환자의 약 38%가 사망합니다. 증상은 바이러스에 최초로 노출된 후 보통 1~8주 사이에 나타납니다.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약 절반이 두통, 어지럼증, 오한을 겪으며,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 위장 관련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더 진행되면 바이러스가 폐의 모세혈관을 공격하고 이로 인해 혈관 누출을 유발합니다. 결국 폐 조직이 손상되고 체액이 쌓이면서 심장과 폐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호흡 곤란과 부정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병에 일단 감염되면 치료법은 없으며, 삽관(intubation) 등의 호흡 보조 치료가 일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증후군은 흔한 질병은 아닙니다. 하지만 치명률은 높습니다. 1993년, 미국 남서부에서 발생한 한타바이러스 감염 확산으로 약 30명이 사망했습니다. 이것은 미주 지역에서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한타바이러스 발병 사례입니다.
CDC가 이 질병을 추적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사례는 총 864건입니다. 한타바이러스 폐증후군은 주로 서반구에서 발견되며, 신장을 공격하는 한타바이러스 계열의 또 다른 치명적인 질병인 신증후 출혈열은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와 핀란드를 비롯해 유럽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이번에 아라카와의 사인이 된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쥐를 통해 인간에게 전파됩니다. 쥐의 배설물을 만진 후 입을 만지거나, 배설물·소변·오염된 물질이 포함된 먼지를 들이마시면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한타바이러스의 감염경로(사진=국가건강정보포탈)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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