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논란 IPO)역대급 공모시장…이면엔 수요예측·공모가 논란
예상 공모규모 25조원 넘어설 수도…역대급 IPO 예상
‘유명무실’ 수요예측, 상단에 몰려 가격측정 기능 잃어
공모가 '상단' 결정 후에도 상장 이후 주가 더올라
2021-07-19 06:00:00 2021-07-19 0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는 올해가 새로운 역사를 기록한 해다. 청약 증거금부터 일반 경쟁률까지 ‘역대급’ 수식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정도로 IPO 광풍이다. ‘리스크 낮으면서 수익률은 높다’는 비이상적 확신에 너도나도 신규계좌를 만들어 마치 하나의 로또를 긁듯 정성을 들이고 있다.
 
유독 조 단위의 대어급 기업이 상장한다는 소식에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것도 한몫했지만, 전문가들은 마땅한 투자처 없는 시중의 자금이 공모시장에 흘러들어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번 주까지 총 6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상장 공모가 진행됐다. 이는 최근 5년래 가장 큰 공모금액을 기록했던 2017년 연간 공모규모(7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SK IET(공모금액 2조2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공모금액 1조5000억원)의 규모가 컸던 요인도 작용했다.
 
올해는 역대급 공모규모가 예상된다. 이달 말과 8월까지 대어급 기업인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등 줄지어 상장이 예상돼 있어서다. 여기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대기 중인 대어급 기업에 LG에너지솔루션, 현대중공업 등이 포진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기업가치만 최대 100조원으로 공모금액은 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을 포함해 조 단위의 기업이 대거 등판할 경우 올해 예상 공모규모는 25조원을 넘어서 역사상 최고 신기를 갈아치울 것으로 기대된다. 증시 전문가들도 작년 2010년 10조원 수준을 넘어서 그 이상이 기대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유명무실’ 수요예측, 상단에 몰려 가격측정 기능 잃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IPO 시장의 비이상적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들의 대다수는 기관 및 일반 투자자의 경쟁률이 1000대1을 기본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높아지자 회사의 공모가도 주관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액 범위 내에서 최상단으로 결정되고 있다.
 
올해 상장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41개(스팩·이전상장 제외)사 가운데 아모센스를 제외하고 모두 희망밴드 ‘상단’ 또는 ‘상단초과’로 공모가를 결정했다. 사실상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은 ‘상단’이 국룰이 되는 모양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수요예측이 기업의 적정 가격을 결정하라고 만든 제도인데 과거와 달리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하면서 유명무실해진 기능”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수요예측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는 운용사와 투자매매 중개업자, 연기금과 은행, 보험 등 다양하다. 주관사가 기업에 적정 희망 공모가 밴드를 공개하고 그 가운데 회사의 적정 가격을 이끌어내는 것이 기관의 몫이다. 하지만 최근 기업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대다수는 ‘밴드상단초과’, ‘밴드상위 75%초과~100%이하’에 참여하고 있다. 공모 물량에 비해 투자금이 몰리다 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1주를 받기 위한 기관투자자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상이 일반 투자자에게로 번지고 있다. 일반 투자자의 경쟁률 가운데 4000대1을 넘어선 기업도 등장했다. 이는 청약 증거금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청약 증거금의 역사를 새로쓴 SKIET는 80조원이 몰렸다. 이 외에도 카카오게임즈(58조5000억원), 하이브(58조4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 등 대어급 소식이 들리는 기업은 모두 50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렸다. 청약증거금은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내는 일종의 계약금인데, 한주라도 더 받기 위해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한 이후에는 주가가 상승한다는 근거 없는 확신에 너도나도 계좌를 만들고 있다”면서 “공모주는 무조건 상승한다는 믿음에 우선은 1주라도 받자는 식의 투자는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공모가 의미도 퇴색…시장 과열 지속
최근 주식시장이 상승 세를 타면서 신규 상장 기업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기업이 처음 증시에 상장할 때의 가격인 공모가 의미도 퇴색되는 모양새다.
 
통상 합리적인 공모가의 기준은 상장 이후 3개월간 회사의 주가가 공모가에서 15~30% 선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상장 이후 공모가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기업 평가를 낮게 했다고 지적받을 수 있고 반대로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아질 경우 기업 평가가 높았다고 본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의 공모가 평가가 얼마나 합리적이었는지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반면 최근 주식시장은 공모 기업에 후한 점수를 주면서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올해 상장한 기업 41개사(스팩제외) 가운데 공모가 대비 주가 하락한 곳은 7개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자이언트스텝이다. 자이언트스텝은 공모가 1만1000원을 기록한 이후 15일 기준 9만원 턱 밑까지 상승했다.
 
이 외에도 레인보우로보틱스, 피엔에이치테크,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테크놀로지 등은 공모가 보다 주가가 2배 가량 상승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모 기업이 상장한 이후 주가가 오르는 것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공모시장에 더 집중하게 된다”면서 “공모가를 결정할 때도 최근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해 높게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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