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사고, 예방이 먼저”
화우 중대재해 대응TF 김영민·홍경호 변호사 인터뷰
“안전사고 예방, 경영진·근로자들 모두 의식 제고 필요”
“중대재해법 의무 추상적…조항 명확하게 법령 고쳐야”
2022-06-08 06:00:00 2022-07-04 18:20:3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약 4달째. 사고는 여전히 연달아 터지고 있고, 전례없는 법률에 기업과 법조계 모두 혼란스럽기만 하다. 로펌들은 각각 중대재해처벌법 TF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중 법무법인 화우는 선제적으로 움직이며 기업의 안전시스템 구축을 돕는 등 산업계에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화우 중대재해처벌법 대응TF에 참여한 노동그룹 김영민 변호사와 형사그룹 홍경호 변호사를 만나 기업의 대응방안과 중대재해법의 맹점 등을 진단해봤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탓에 기업, 법조계 모두 대응하기가 다소 막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에서 가장 불안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김영민 변호사=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일정한 높이의 난간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 안전 조치 의무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현장에 관한 구체적 사항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은 대표이사의 경우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 등 대표이사를 의무의 주체로 만들었다. 이런 탓에 경영 책임자들도 관심을 많이 두게 됐다. 
 
중대재해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상 의무 범위가 넓고 충실한 안전관리를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사항도 상당하다. 최고책임자는 안전보건 업무에 집중할 수만은 없고 안전보건 관련 전문성을 갖춘 경우도 많지 않아 효과적인 대응에 고심이 많다. 현재로선 수사당국에서 이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기업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준비를 해야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다소 막막해 한다. 
 
아직은 법 시행 초기라 막막할 수 있지만, 사고 사례가 쌓일수록 안전 시스템 구축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잡히지 않을까.
 
=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될 문제라고 본다. 어느 정도면 적절한 안전관리 수준이라고 볼지 수사 기관이 정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화우가 기업의 사고 예방을 자문할 때, 부족하다고 느낀 건 어떤 점인가
 
=생산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이 ‘안전은 회사 내 안전부서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현장 근로자로서는 업무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조치의 우선순위가 다소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장에서 실질적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근로자가 안전은 안전부서만의 업무가 아닌 생산 현장에서 모든 구성원이 수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높은 안전의식을 갖고, 스스로 주체가 돼 안전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전의식 수준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기업이 아무리 훌륭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추더라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자문을 진행할 때에도 생산부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수준 제고를 강조하는 편이다. 이를 위해서 경영 책임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고, 법정 교육 외에 안전의식 제고 등을 위한 사업이나 업무 특성에 맞는 특화된 안전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안전 관리 시스템을 마련해도 불가피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텐데, 사고 후 대응에서 화우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 중대재해법에 따른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주체는 경영 책임자로 특정돼 있다.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보고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등 경영 책임자가 안전대책 수립 관련 보고를 충분히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책받기는 어려운 구조다.
 
화우는 사고 후 대응 초기부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함께 회사의 안전보건 관리체계의 구축·이행 상태를 진단한다. 또 회사의 사업이나 사업장 특성, 규모 등을 고려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수준을 도출하고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대응을 하고 있다. 
 
화우 중대재해법 대응TF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
 
홍경호 변호사=우리 TF는 다양한 산업 체계에 맞춤식 대응이 가능하도록 노동그룹, 형사대응그룹, 부동산건설그룹과 기업자문그룹 등이 협업한다. 검찰, 경찰, 법원의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산업안전 분야 사건의 수사와 재판을 폭넓게 담당했던 실무가 출신 변호사들, 고용노동청에서 활약했던 전문위원, 노무사 등이 중대재해 예방은 물론 실제 중대재해 발생 시의 대응 방안을 실효성 있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재철 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최동식 전 산업안전보건공단 안전보건팀 과장 등 산업안전공단 출신의 고문과 전문위원이 직접 대응하고 있다. 사고 원인 파악에 관해 탁월한 역량을 가진 분들이다.
 
=변호사들은 법률적인 시각으로 초점을 맞춰 사건에 접근하기 쉽다. 그러나 TF 내 안전 전문가들이 안전공학적 관점에서 봐야할 점들을 짚어준다. 덕분에 고객사에서도 만족감이 높다. 단순한 법률자문 컨설팅을 넘어 실질적인 안전 시스템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화우는 중대재해 사고에 대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달라
 
=중대재해법 시행 후 재해와 관련된 여러 판례가 축적될 때까지는 기업과 현장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화우 중대재해 예방·대응(CPR)센터는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한 재난안전컨설팅 기관 캐드머스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미 연방정부재난 관리청이 운용 중인 국가 중대재해 예방 및 대응 체계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기업별 대응 시나리오를 한국 기업의 상황에 맞춰 변용한 서비스를 제공해 기업들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예방대응체계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높을지 등에 중점을 두고 리스크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프로그램과 대응체계를 좀 더 정교화하고 한국화하는 중이다. 
 
=현재는 초기 운영 단계로, 공장이나 현장 등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사례·인터뷰 자료를 쌓고 있다. 중대재해법의 적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점점 더 많은 산업군에서 중대재해 대응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법률상 일부 오류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보완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중대재해법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다른 법령에 비해서 경영 책임자에게 상당히 무거운 형사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에서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 등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용어를 다수 사용해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형벌법규가 불명확해 무엇이 범죄인지를 일반 국민이 알 수 없게 하면 안 된다’는 죄형법정주의 원칙(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 어떤한 안전·보건 법령을 준수해야 하는지 또 어느 정도로 안전보건 조치와 의무를 이행하면 법 적용을 받지 않는지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법과 시행령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화우 중대재해처벌법 대응TF 노동그룹 김영민 변호사(왼쪽)와 홍경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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