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밖 법원 "코인·주식 '빚투' 탕감 계획 없다"
서울회생법원 "주식·코인 투자손실, 변제금 제외"
대법원 “실무준칙은 법원 자율…확대 계획 없어”
“서울만 ‘빚투’ 탕감해주냐”…지방 차별 가능성 제기
2022-07-11 06:00:00 2022-07-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서울회생법원이 이번달부터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잃은 손실금을 개인회생 절차에서 변제액으로 취급하지 않는 가운데 각 지역의 법원들은 이와 관련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나서서 ‘빚투’ 손실을 없애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채무 변제의 지역간 차별이 생길 것이란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11일 서울 외 각 지역의 지방법원은 주식·가상화폐 투자 손실 변제에 관한 실무준칙을 마련할 계획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서울회생법원 다음으로 개인회생사건이 많은 수원지법의 관계자는 “마련된 준칙은 없고 계획을 세우자는 논의도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원지법 다음으로 사건이 많은 대구지법 역시 “법원 차원의 논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도 △의정부 △인천 △춘천 △대전 △청주 △부산 △울산 △창원 △광주 △전주 △제주 등 서울 외 지법 13곳은 모두 “우리도 기준을 만들자는 등의 적극적인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 절차에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로 발생한 손실금을 청산가치에 고려한다는 내용의 실무준칙을 지난 1일부터 시행했다. 개인회생제도는 빚이 너무 과한 채무자의 채무를 법원이 줄여주는 제도다. 
 
청산가치는 개인회생을 신청한 채무자가 현재 가진 재산을 처분해 얻을 수 있는 금액을 뜻한다. 예컨대 A씨가 10억원에 아파트를 구매했더라도 집값이 떨어지면 하락한 금액을 기준으로 청산가치를 산정한다. 기존에는 주식과 가상화폐는 투자원금을 기준으로 청산가치를 정했는데, 이제부터는 부동산처럼 가격하락분이 제외된다는 것이다. 채무자로서는 면책을 받기 위한 변제금도 낮아지는 셈이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서울에 직장이 있다면 서울회생법원의 실무준칙을 적용받을 수 있다. 경기도나 강원도에 거주하더라도 직장이 서울인 경우에는 서울회생법원에서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있다.
 
이외에 다른 지방에서 거주하고 직장도 서울이 아닌 경우에는 각 지법 도산부에서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한다. 일부 지법은 서울회생법원이 도산전문법원인 만큼 이번 실무준칙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회생법원 준칙을 전폭적으로 반영한다기 보다는 재판부 판단에 일부 참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서울에서 주식·가상화폐 청산가치에 관한 준칙이 나왔기 때문에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겠지만, 별도 기준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에 살면 사법부가 빚을 탕감해주고 지방은 그렇지 못하는 차별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각 지법의 도산 사건 재판부가 이를 의식해 서울회생법원 준칙을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할 때 판단에 반영한다고 해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이 없어 지역별로 주식·가상화폐 청산가치 산정의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 역시 이런 논란을 인식하고 있지만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각 지법의 독립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 일관된 기준을 만들라고 지침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실무준칙은 각 법원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라며 “확대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일관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려는 국민의 법률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도산사건 전문 변호사는 “지역별로 주식·코인 청산가치 반영 기준이 다르면 불평등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려는 국민은 많은데 공평한 시스템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서초구 회생법원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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