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7·23 전당대회가 나경원 의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윤상현 의원·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가나다 순) 등 4파전으로 압축되면서 본격적인 세 확장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른바 '한동훈 대 반한동훈' 구도가 형성되면서 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는데요. 결정적 변수는 책임당원 40%가 모여있는 보수 텃밭 대구·경북(TK)과 44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표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5일 오전 경북도청을 방문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
최대 승부처 'TK' 공략…반한 전선 구축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권 주자들의 일정을 종합하면 각 주자들의 선거 전략이 확인됩니다. 나 의원과 한 전 위원장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들어갔고, 원 전 장관은 TK 지역을 순회하는 일정으로 차별화를 택했습니다.
특히 나 의원의 경우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미준'(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정기세미나에 참석했는데요. 새미준은 친윤(친윤석열계) 중심의 외곽 조직입니다. 해당 행사에는 '찐윤'(진짜 친윤석열)으로 불리는 김기현 전 대표와 이철규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자기 사심이 먼저인 사람이 당(대표)을 하게 된다면 튼튼한 공당이 되지 못한다"며 "사당화가 될 수 있다. 대선캠프화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나 의원이 유력 대권주자인 한 전 위원장을 직격한 겁니다.
원 전 장관은 곧바로 TK 지역 순회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는데요.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40%가 TK 지역에 연고를 두고 있는 걸 고려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당대회 룰로 당원 투표 80% 민심 20%를 택했는데 원 전 장관이 선거 승패를 좌우할 'TK 당심'을 겨냥해 세몰이에 나선 셈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용 전 의원이 원 전 장관을 후방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윤 표심'이 원 전 장관에게 기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원 전 장관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국가혁신에 있어 가장 진취적이었다고 높이며 TK 지역 민심에 호소했습니다.
나 의원과 원 전 장관이 당심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이날 당 사무처 직원들을 만나며 '당내 세력' 다지기에 나선 한 전 위원장과 차별화하는 일정을 택한 건데요. 원 전 장관은 26일 오전 대구시청을 찾아 홍준표 대구 시장과 만날 예정이기도 합니다. 나 의원도 지난 21일 홍 시장과 만난 바 있는데, 두 후보가 반한 전선에 중심에 있는 홍 시장을 연달아 만나면서 사실상 '반한동훈' 연합전선을 구축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대세론을 유지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과 윤 의원 역시 조만간 최대 승부처인 TK를 찾아 당심에 호소할 전망입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로 여당의 수도권 당원협의회 조직이 괴멸 상태인 데다, TK의 당내경선 투표 참여율도 압도적으로 높아 사실상 TK의 마음을 얻어야 대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왼쪽부터)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4명 '초선' 표심 공략 본격화…'저인망식 세력화'
또 다른 변수는 '초선 의원들의 표심'이 어떤 후보에게 기우느냐입니다. 지난 24일 4명의 당권 주자들은 일제히 '초선 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108명의 당 소속 의원 중 초선 의원은 총 44명으로 선수 기준으로 보면 가장 큰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TK 초선 의원은 8명(대구 4명·경북 4명)에 달합니다.
각 주자들이 초선 의원들 표심에 집중한 건, 새로이 지역 기반을 다진 초선 의원들을 통해 '저인망식 세력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TK 표심과 44명의 초선 의원들의 표심에 따라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중심의 판세도 출렁일 전망입니다.
이번엔 '한반도 핵무장' 놓고 대립각…또 1대 3 구도
이런 가운데 당권 주자들이 사안별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정책 이슈가 확대되면서 각 후보들 사이의 대립 전선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언급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1대 3의 대립 구도가 형성된 바 있는데요.
나 의원이 이날 '핵무장론'을 제기하면서 또 다른 대립 구도가 조성됐습니다. 나 의원이 한반도 위기 고조에 따라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반해, 나머지 3명의 후보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맞섰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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