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그늘)③소비재 판매 '시들'…유통산업이 운다
'플렉스' 가고 '짠물 소비'로
업계는 생존 고민…비용 절감에 매진
판도 재편 시기 온다…"자금력 확보·니즈 파악해야"
2024-08-01 17:07:06 2024-08-01 19:16:12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국내 소비가 흔들리면서 유통산업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소비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소비재를 유통·판매하는 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해지고 비용 증가로 부담은 커졌는데요.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는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내 들었고 투자를 일시 중단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선 모습입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가공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6월 102.6(계절조정지수)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했습니다. 승용차 등 내구재(-8.3%)를 비롯해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3.6%),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2%) 모두 줄어든 영향입니다.
 
소매업태별로는 슈퍼마켓·잡화점에서의 판매가 1년 전보다 7.7% 감소했습니다. 전문소매점도 3.8% 빠졌는데요. 백화점(-1.6%), 편의점(-0.8%), 대형마트(-0.3%)에서도 감소세가 나타났습니다. 반면 면세점 판매는 10.3%, 인터넷쇼핑, 홈쇼핑 등을 포함하는 무점포소매 판매는 4.2% 늘었습니다.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물가 상승률이 2%대로 줄었다 해도 국민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은 가운데 소비자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입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다 보니 소비 행태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때 소비 트렌드였던 '플렉스'라는 단어가 이제는 잘 들리지 않는다. 부를 과시하는 소비 행태가 사그라지고 반대로 '짠물 소비'가 떠올랐다"면서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며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소비하고, 여행·운동 등의 여가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소비가 위축되다 보니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업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비용 상승과 시장경쟁 심화로 생존 위기를 고민하는 곳이 많습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가 유통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여름이면 휴가, 명절이면 각종 선물 등 시기에 맞게 뚜렷한 소비 증가 흐름이 나타났는데 최근에는 이 흐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올 2분기 전반적인 유통업체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나, 높아진 물가와 금리 영향으로 소비 측면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모든 업태의 객수·객단가가 하락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생존이 먼저"…조직 효율화에 '집중'
 
불황 장기화에 봉착하자 유통업계는 외형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올해 초 첫 적자를 기록한 이마트는 창사 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후 여행객 증가에도 실적 회복을 못하고 있는 면세점도 허리띠를 졸라매긴 마찬가지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다음달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습니다. 계획했던 투자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죠.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유통업체 관계자는 "조직 규모를 줄이고 밖으로 나가는 돈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다이어트 과정에 있다"라며 "일단 위기 상황에서 살아남은 다음 기초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얘기했습니다.
 
온라인 유통업체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부인 롯데온과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계열사 SSG닷컴은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일상이었던 시기 이커머스는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경기 침체와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습으로 사업 여건은 크게 악화했습니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향후 여건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유통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시장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최근 유통 산업은 이례적으로 짧은 시간 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이행기를 겪었고, 이 과정에서 오프라인 기업을 중심으로 조직 효율화 작업이 두드러졌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렇다고 온라인 시장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온라인 시장 역시 국내 업계 간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중국 이커머스의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영향력이 낮은 업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사실상 유통 산업군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격렬한 경쟁이 요구되면서 업계의 피로도도 가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이 과도기를 맞으면서 시장 재편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체들 위주로 유통 판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터진 티몬·위메프 사태도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전반적으로 불황형 소비 전략을 전개해 나갈 가능성이 높은데, 자금력을 확보하고 신뢰도 높은 기업들이 이 같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김충범·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