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티몬·위메프(티메프)의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가 발생한지 약 2개월이 지난 가운데,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이 매서운 반격에 나서 눈길을 끕니다.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업체들은 쿠팡,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는 물론 티메프에도 밀리며 오랜 기간 동안 중위권 그룹을 형성해왔는데요.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시장 전반에 걸쳐 신뢰도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을 갖춘 이들 업체는 근래 수요층을 흡수하며 뚜렷한 반사이익을 입고 있는 추세입니다.
25일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세부적으로 △쿠팡 3183만4746명 △알리익스프레스 907만1102명 △11번가 746만6163명 △테무 691만4297명 △G마켓 538만949명 등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부동의 1·2위인 쿠팡과 알리는 각각 전월 대비 0.5%, 7.2%씩 상승률을 보인 반면, 테무는 MAU가 8.4% 감소했습니다. 또 11번가는 MAU가 1.8%, G마켓은 3.4% 전월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울러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홈쇼핑 GS샵 앱 이용자 수는 363만6546명으로 3.2% 늘고, 옥션은 269만6144명으로 5.2% 증가하는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호조세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는 티메프 사태 파장에 따른 반사이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같은 시기 티몬과 위메프의 MAU는 각각 157만5000여명, 129만5000여명으로 전월 대비 각각 63.8%, 67.6%씩 급감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 파이가 어느 정도 고착화한 상황에서, 티메프 고객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로 흘러들어갔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티메프의 경우 미정산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회생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인데요. 불미스러운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재무 건전성을 중요시하는 풍토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안정성을 갖춘 11번가, G마켓 등에 수요층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11번가의 경우 실적 흐름도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11번가는 주력 사업인 오픈 마켓 부문에서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는데요. 이로 인해 올해(1∼8월) 오픈 마켓 부문 누적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0억원 이상 증가하고, 리테일(직매입) 사업을 포함한 11번가 전사 기준 영업이익 역시 전년보다 300억원 이상 늘었습니다.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들을 돕는 기획전 등을 전개하면서 소상공인 활동이 늘어난 것이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에 따른 이커머스 시장 판도 추이를 조금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티메프 사태는 분명 토종 이커머스 업체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업체들이 대체로 콘텐츠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큰 경쟁력이다. 장기적으로 충분히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티메프에서 이탈한 고객들이 새롭게 안착할 공간이 필요한데, 서비스 유사성이 높은 11번가, G마켓 등이 이들을 빠르게 흡수하며 대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이들 플랫폼은 국내 수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에 걸맞은 충성도 높은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점도 반등의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천의 한 택배 물류 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