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동원된 수은·무보?…금융지원 두고 '논란'
"금융 지원 가능성 숨기고 성과 뻥튀기" 비판에
수은·무보 "비구속적 관심 표명에 불과" 해명
야당 "다음 달 국감에서 경제적 타당성 검증"
전문가 "금융조달 개요 소통해 불신 없애야"
2024-09-28 06:00:00 2024-09-28 06:00:00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윤석열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체코 원전 수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과정에서 금융 지원을 제안한 사실이 밝혀지며 정부의 '성과 부풀리기' 지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금융지원이 확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28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수출신용기관(ECA)인 수은과 무보는 올해 4월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 요청에 따라 체코 원전 관련 여신의향서를 발급했습니다. 여신의향서는 발급 기관이 향후 사업 진행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확인하는 서류입니다. 즉, 체코가 신규 원전 사업 최종 계약 단계에서 수은과 무보에 금융 지원을 요청할 경우 충분히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됩니다.
 
왼쪽부터 윤희성 한국수출입은행장,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윤석열 대통령,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총리, 다비드 하블리체크(David Havlicek) 체코수출보증보험공사 대표, 다니엘 크룸폴츠(Daniel Krumpolc) 체코수출은행장, 미할 네베스키(Michal Nebesky) 체코개발은행 이사가 현지시간으로 20일 체코 프라하 정부청사에서 금융 지원 및 상호 협력 강화를 위한 5자간 업무협약 체결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무보)
 
여신의향서에 '금융지원 제공' 명시 vs.수은·무보 "비구속적 의향서"
 
실제로 차 의원실이 수은과 무보로부터 제출받은 여신의향서에는 체코의 두코바니 원전 6호기와 테멜린 원전 2·3호기에 대해 "한수원이 참여하는 입찰 프로젝트에 금융 지원 제공을 고려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체코가 신규로 건설한다는 원전 4기 중 자체 자금을 통해 건설하는 두코바니 5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3기 원전에 대한 금융 지원 의향을 밝힌 것입니다.
 
차규근 의원은 이를 두고 "큰 규모 수출이 이뤄질 때 여신의향서가 발급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면서도 "금융 지원 가능성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원전 수주 성과를 지나치게 부풀리는 윤석열 정부 행태가 진짜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지난 7월 "전적으로 체코 정부 재원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발언한 데 이어 지난 20일 체코 방문 현장에서 "체코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관련 자금을 자체 조달할 계획"이라고 말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장과 배치되는 현 상황을 짚은 겁니다.
 
반면 수은과 무보 측은 '비구속적 의향서'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두 기관은 이날 "체코 원전 사업에 금융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한수원 최종 입찰서 제출 시 수은과 무보가 관심 서한을 발급받아 체코 발주사에 제출한 것은 맞지만, 이는 '비구속적' 관심(interest)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해당 서한에 '금융 제공을 확약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does not constitute a commitment)'는 문구가 명확히 담겨 있다는 점과 2019년 요르단 풍력발전 프로젝트, 2020년 우즈베키스탄 가스 발전 프로젝트 등 해외 수출 프로젝트 지원이 각국 ECA들의 본연 기능이라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정치권, 체코 원전 수출 타당성 검증 계획
 
2024년 4월 4일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발급한 여신지원의향서. (사진=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
 
수은과 무보 측의 해명에도 '체코 원전' 관련 논란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당 의원들은 다음 달 본격적으로 열릴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정부의 체코 원전 수출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체코가 원전 건설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체코에 원전을 지어 주나요?"라며 "세수 부족에 따른 지방재정 대책과 체코 원전 자금 지원 여부를 밝히시기를 촉구한다"고 적었습니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저가 수주 논란에 더해 금융 지원까지 해주는 것은 결국 한국이 돈을 들여 원전을 지어주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체코 정부와의 금융 협력 문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원전 수출 과정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ECA으로서 수은과 무보의 금융 지원 필요성은 인정되나, 미리 국민에게 자금조달 개요를 알렸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황재훈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원전 수출 호기 수가 급격히 증가된 것이므로 제3자 금융 제공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라면서도 "금융조달의 대략적 개요를 소통해 국민 불신을 잠재웠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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