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일본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추진에 나서자 한국과 중국은 물론 환경단체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법이라며 효과적인 정화 시스템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오염수안에 있는 삼중수소가 현재 기술로 제거할 수 없다며 일본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지난 9월25일 일본은 8월 한 달 동안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한 후 방류한 해수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공했다. 오염수는 ‘다핵종 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방류수에 포함된 방사선량은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설정한 목표치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해양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은 이 정보를 기반으로 오염수 방류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원전 오염수 처리시설에서 2014년 11월 12일 한 직원이 방사성 물질 보호복을 입고 서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오염수의 해양방출을 추진하고 있다. 2019.12. 29 사진/뉴시스
IAEA도 일본이 제안한 오염수 처리 방안을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이 제공한 정보에만 기반한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20년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위기의 현실’ 보고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위험성을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위험한 수준의 탄소-14가 오염수에 함유된 사실을 한국 등 이웃 국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이 핵종들이 바다에 방류되면 생물의 유전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LPS는 삼중수소(트리튬)를 제거하지 못한다. 환경단체는 삼중수소 등을 이유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삼중수소는 피폭 시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생식기능 저하 등 신체 손상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후쿠시마 내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3g 정도로 하루 160~170t의 오염수 유입으로 농도가 묽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준치 이하의 소량으로도 암 유발 등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오염된 바닷물에서 나온 해산물 섭취로 인한 내부 피폭 위험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해양 방출은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분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을 포함한 원전 보유국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삼중수소 배출 관리 기준은 4000만 베크렐이고 미국은 3700만 베크렐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6000만 베크렐로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관리하고 있다.
오염수 처리는 ‘희석을 통한 지하매설’이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법도 존재한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염수 80만톤 기준으로 해양방출은 34억엔(약 340억원), 희석을 통한 지하매설은 6200억엔(약 6조2000억원)이 든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선택한 것은 안전성보다 경제성을 따졌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대응할 방침이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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