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10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에 대해서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일부 건설업계가 경기도의 행보에 우려를 표명하고 반발한 탓에 표준시장단가 도입이 표류하는 듯 했으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정경제와 예산절감을 명분으로 정책 추진에 의지를 드러내서다.
15일 복수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13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이용철 2부지사 주재로 표준시장단가 적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회의를 열었다. 여기엔 도청 건설국장을 비롯 공정건설정책과와 회계과 등 관련 부서 실무진도 참여했다. 경기도가 TF를 만든 건 표준시장단가 논의를 서두르겠다는 의미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0년 경기도 사회주택 컨퍼런스'에 참여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준시장단가란 1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 실행내역을 기준으로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가격을 조사해 작성하는 단가다. 그런데 경기도는 지난 2018년 7월 이 지사가 민선 7기 도지사로 취임한 직후 100억원 미만의 공공공사에 대해서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건설공사 예산을 아끼고 공사 관련 비리와 부당 이득 취득을 막아 공정경제를 구현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이 지사는 같은 맥락에서 당시 '건설공사 원가공개' 정책도 실시, 10억원 이상의 경기도 발주 건설공사엔 모두 원가를 공개토록 한 바도 있다.
경기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사비는 '표준품셈'과 '표준시장단가'로 나뉜다. 표준품셈은 수량(재료, 노무, 경비)에 단가를 곱하는 계산방식이고,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을 적용한 공사에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다. 때문에 시장상황 등을 반영한 표준시장단가는 정해진 기준으로 산출하는 표준품셈보다는 낮게 산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 지사가 100억원 미만의 공사에 표준시장 단가 도입을 주장하면서 "셈법만 바꾸면 1000원 주고 사던 물건을 900원에 살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기도는 행정안전부를 방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도의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계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표준시장단가 자체가 1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는 제도인데 이걸 100억원 미만 공사에도 도입하면 비정상적인 공사비 삭감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건설업계의 강한 반발에 정부는 물론 경기도의회까지 제도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드러냈고, 논의는 표류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가 TF를 꾸린 건 그만큼 이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미 경기도는 지난달 19일 국회에도 관련 예규 개정을 건의한 상태다. 경기도는 TF를 통해 관련 법령 개정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여론전에 나설 전망이다.경기도 관계자는 "아직 TF 첫 회의만 했고 세부추진 방향 등은 더 논의해야 한다"면서 "국회와 정부에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