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3일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는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며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국민병원을 방문해 병원 관계자와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 등과 간담회를 하고 "수술실 CCTV는 본인 동의하에 촬영했다가 꼭 원하는 경우에 열람하고 일정 기간 지나면 폐기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기술 유출의 문제가 전혀 없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병원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수술실 CCTV를 설치한 첫 민간병원이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5~6월 의료법 제3조에 따른 병원급 민간 의료기관 중 수술실이 설치된 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국민병원과 경기도의료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기로 했다. 국민병원은 수술실 3개소 모두에 CCTV 3대를 설치했고, 경기도는 설치비용 중 3000만원을 도비로 지원했다.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에서 열린 '2020년 경기도 사회주택 컨퍼런스'에 참여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지사는 "공익적 차원에서 입법화하기 전에 공공영역 의료기관부터 전국적으로 수술실 CCTV를 시행했으면 좋겠다"라며 "자발적으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국민병원에 감사드리고 더 원활하게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 확대를 위해 7월17일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 입법지원 요청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경기도는 앞으로도 수술실 CCTV 설치 확대를 위한 도 차원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정부와 국회에도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엔 최상욱 국민병원 원장과 이나금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고 권대희씨 어머니),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남국 ·조응천 국회의원과 김미리 경기도의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최상욱 원장은 "개인적으로 수술실 CCTV는 의료진 감시가 아니라 의료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병원이 시발점이 돼서 의사들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조응천 의원은 "과거 검사로 일할 때 가장 꺼려하던 사건이 의료사고인데 의료지식이 없는 피해자에게 사고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불명확하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전제 아래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 수술실 CCTV 설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의료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CCTV 촬영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남국 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지역 병원장님들께서는 수술실 CCTV가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고 더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는 제도라며 긍정적인 의사표시를 해주셨다"면서 "막연하게 불편함과 부담을 느끼는 의사들에게 이런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 많은 병원이 참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2016년 아들이 수술을 받다 사망한 이후 수술실 CCTV 법제화 1인 시위를 벌여온 이나금씨는 "선량한 의사들을 보호하고 수술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21대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가 꼭 법제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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