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연말 기업공개(IPO) 기업이 줄줄이 공모를 진행하는 슈퍼위크가 시작된 가운데 공모주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증시가 탄력을 받으면서 관련 부품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도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3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정밀진단 플랫폼 기업 엔젠바이오가 지난 1~2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1502.4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특례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며 올해 기업공개(IPO) 대어였던 카카오게임즈(1525대 1)와도 비슷한 경쟁률이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약 5조1406억원이 몰렸다.
코스피 시장 청약 기록도 깨졌다.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산업은 지난달 27~30일 진행된 일반 청약에서 통합 경쟁률 1372.94대 1을 보이며 코스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지난달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교촌에프앤비의 청약 경쟁률 1318대 1이었다. 명신산업에는 증거금 14조365억여원이 몰렸다.
명신산업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1195.69대 1을 기록해 코스피 역대 경쟁률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 들어
빅히트(352820)가 코스피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1117대 1)을 기록한 뒤 지난달 4일
교촌에프앤비(339770)가 1318대 1로 기록을 타파, 다시 명신산업이 새 기록을 세운 것이다.
IPO 시장 새 역사를 쓴 카카오게임즈의 기록도 위협받고 있다. 산업용 모바일기기 전문 기업 포인트모바일은 지난달 16~17일에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갱쟁률 1447.1:1을 기록하며 카카오게임즈(1479대 1)를 이은 역대 2위에 올랐다.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경쟁률 1842.97대 1을 기록해 카카오게임즈를 넘어섰다.
이밖에도 지난달 9~10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2차전지 장비 기업
하나기술(299030)이 경쟁률 1393.9대 1을, 지난 1일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티엘비도 이와 근접한 1318.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제조업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 랠리를 타면서 관련 부품·장비를 생산하는 IPO 기업들이 수혜를 입는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 공급업체인 명신산업과 2차전지 장비 기업 하나기술의 청약 흥행 바탕엔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의 내년 실적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산업에 불고 있는 훈풍은 PCB 제조기업 티엘비의 청약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내년 반도체 실적 기대감에 신고가를 쓰고 있다.
상장 이후 공모주 성과도 긍정적이다. 지난달 상장한 10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2일 종가 기준)은 67.2%로 나타났다. 소룩스(151%), 고바이오랩(187%), 하나기술(104%)은 공모가의 2배를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에이플러스에셋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달에도 IPO 일정이 빼곡히 차 있어 공모주 시장에의 투자자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인바이오(2~3일), 티엘비(3~4일),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8~9일), 에프앤가이드(8~9일), 알체라(10~11일) 등이 이달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올해 IPO 기대주로 부상했던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들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공모주 '거품' 논란도 불거졌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이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면서 공모주 시장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증시가 호황일 때 공모주 시장도 활성화되는 만큼, 지난달 연신 역대 최고 코스피 기록이 깨진 점 역시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모주 흥행의 요건엔 필수 전제인 증시 호황뿐 아니라 기업 자체의 매력, 낮은 공모가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흥행 소식이 들려와도 상장 후에는 기업별 차별화가 나타난다"며 "기업 자체의 매력이 있어야 하고 수요예측에서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기업이 흥행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가령 빅히트는 수요예측과 청약에선 흥행 신화 썼지만, 비교적 높은 공모가에 상장 후 변동성이 컸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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