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탄핵 사태 등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예고하자,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하겠다"며 대국민사과에 나설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당내 반발에도 지난 보수정권의 과오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결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발과 관련한 질문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테니까,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비대위원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국민사과와 관련해 '이런 것조차 못하면 비대위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반드시 해야 된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결행 의지를 드러냈다.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비대위원들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공감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비대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대국민사과 일정은 9일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취임 직후부터 전직 대통령들의 과오에 대해 대국민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대국민사과를 강행하려고 한 데에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전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보궐선거 승리와 재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지지 세력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 구성', '잇단 호남 방문' 등이 이러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러나 당 안팎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도, 사과 주체의 정통성도 확보하지 못한 명백한 월권"이라며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배현진 의원은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느냐"며 김 위원장이 민주당 비대위 대표로 2016년 총선을 이끌며 현 정부 탄생에 기여한 전력부터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복당을 희망하는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우리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사과는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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