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특검이 3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죄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과 말 ‘라우싱’ 몰수를 요청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기일은 내년 1월18일 오후에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는 이날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열고 특검과 이 부회장 측 최종 변론을 들었다.
최종 변론에서 특검은 “뇌물공여 범행의 경우 합계 86억8081만원의 뇌물공여 사실이 인정됐다”며 “그 액수만 고려하더라도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함은 다툼의 여지가 없음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특검은 대법원이 이 부회장 승계 작업 존재를 인정했고, 그가 국회 청문회에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 재단과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 관련 위증도 했다고 짚었다.
구형에는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 확정된 코어스포츠 용역 대금 36억원도 반영됐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재산국외도피죄라는 ‘부수적 범죄’를 뇌물·횡령이라는 ‘본질적 범죄’에 수반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법적인 요구에 주저 없이 정씨를 지원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라는 반대급부를 받아냈다는 변론도 이어졌다.
특검은 “법치주의와 평등의 원리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대우하는 것”이라며 “삼성물산 회계직원이 합계 10억4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에 대해 징역 4년 실형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최서원 등 주범들은 모두 중형의 실형이 선고되었다”며 “본건의 경우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으로 화룡점정에 해당한다”고 정의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에 대해서는 “총수의 의지에 딸려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이유로 법치주의적 통제를 소비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만 판단을 하고 양정 해달라는 것이 재판부에 대한 마지막 간청”이라고 덧붙였다.
특검은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사장에게 징역 7년, 황성수 전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대통령의 적극적 뇌물 요구에 수동적 지원이 있었고, 이는 감경요소라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대통령의 직권남용적 요구가 있었다는 점이 일치돼 인정됐다”며 “대통령과 피고인이 대등한 관계라는 (특검 측) 주장은 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주장”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 면담할 때 승마 지원이 미진하다며 질책하고, JTBC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며 시정을 요구한 점을 볼 때 두 사람 관계가 대등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변호인은 삼성이 얻은 특혜는 전혀 없고, 특검이 주장하는 정경유착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폈다.
이 부회장에 대한 박 전 대통령 요구는 올림픽 승마지원, 빙상선수를 위한 스포츠단체 지원 등 공익적인 성격이어서 거절 할 명분이 없는 점도 양형에 반영돼야 한다는 변론도 이어졌다.
준법위에 대해서도 “삼성에 비판적인 인사가 다수 포함된 외부 인사가 준법통제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획기적 변화”라며 “피고인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환경을 언급하고 삼성의 투명성 강화와 경영권 승계 문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는 아버지 고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을 언급하고, 추도사에서 들은 ‘승어부(아버지보다 나음)’도 내세웠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효도라는 말이 강결하게 맴돈다”며 “저의 정신 자세와 회사 문화를 바꾸고 제도를 보완해 외부에서 부당한 압력이 들어와도 거부할 수 있는 촘촘한 준법제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아버지를 여읜 아들로서 국격에 맞는 새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지께 효도하고 싶다”며 “같이 계시는 제 선배님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다. 저를 꾸짖어달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돕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뇌물 298억2535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기소됐다.
같은해 그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관련 파기환송심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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