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검 조사' 후 숨진 양평 공무원 유서 입수…"거짓진술 강요"
정모씨, 조사 이튿날 3일부터 사망 하루 전인 9일까지 유서 남겨
"개발부담금은 실무자가 하는 일, 절대로 누가 개입한 게 아니다"
"아무리 특검이라도 이건 아냐, 지시에 의해 한 거라는 죄 만들어"
"조사실에서 3명 상대하기는 경험 전무한 나로서는 감당 힘들어"
유서 막바지엔 "있는 게 넘 괴롭고 힘들어,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
2025-12-11 08:17:05 2025-12-11 10:15:19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건희특검에서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평군 공무원 정모씨가 사망하기 하루 전(10월9일) 남긴 유서에는 "(특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윗선의) 지시에 의해 (특혜를 주도록) 한 것이라는 죄를 만들어서 강요하고 거짓 진술을 시켰다"며 "법치주의가 아니다"라고 적혔습니다. 고인이 특검의 회유와 압박으로 거짓진술을 했고, 이로 인해 괴로워하고 고통을 받았다는 내용이 생생히 담긴 겁니다. 
 
11일 <뉴스토마토>가 전국공무원노조로부터 고인이 죽기 하루 전 작성한 유서를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 유서에는 고인은 김건희특검의 회유와 압박을 받아 '김선교 의원의 지시로 경기도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에 특혜를 줬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조사를 받던 5급 공무원 정 모씨가 지난 10월10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작성한 유서의 일부 (자료 제공=전국공무원노조)
 
앞서 특검은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인을 10월2일 피의자로 불러 조사했습니다. 고인은 공흥지구 개발사업 과정에서 개발부담금 부과 업무를 맡았는데, 군수였던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 등 윗선의 지시로 김건희씨 일가에게 개발부담금을 축소하는 특혜를 줬다고 본 겁니다. 당시 조사는 오전 10시부터 자정을 넘어 새벽 1시15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후 고인은 21장의 유서를 남기고 10월10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망하기 하루 전인 10월9일 작성한 고인의 유서에는 "진짜 잘못되는 것 같다. 개발부담금은 실무자가 거의 다 하는거라, 나는 관여도 할 수 없고 지시할 사항도 아니다"며 "절대로 누가 개입한 게 아니다"라고 기록됐습니다.
 
특검의 조사가 잘못됐고, 조사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도 담겼습니다. 고인은 유서에서 "조사는 잘못됐다"며 "남부청(경기남부경찰청)의 조사가 사실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시민단체로부터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2021년 11월부터 수사에 착수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경찰은 고인을 입건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지만 2023년 5월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했습니다.
 
고인은 특검이 결론을 정해두고 수사를 한다고 의심했습니다. 고인은 유서에서 "담당자나 과장을 별도 분리해서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만드는 느낌이 든다"며 "아무리 특검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불안하고 초조하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지시에 의해 한 것이라는 죄를 만들어서 강요하고 거짓진술을 시켰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고인은 개발부담금 업무는 인근 시·군에 확인하고, 전직 개발부담금 담당자에게 물어 진행한 사안이라고 했습니다. 고인은 유서에서 "회유, 협박에 사실이 아닌데 당했다. 법치주의가 아니다"면서 "시켜서 한 게 아무것도 없이 인근 시·군에 당시 업무에 다 알아보고 몰라도 전 담당자 OOO에게 확인한 사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고인은 유서 막바지에선 "선처해 주시고 우리 한국이(대한민국) 발전해 주세요"라며 "내가 있는 게 넘 괴롭고 힘들다. 벗어날 수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으로 김건희특검의 조사를 받던 양평군 공무원 정 모씨가 남긴 유서의 일부. (자료 제공=전국공무원노조)
 
고인이 남긴 유서는 그가 10월2일 특검 조사를 받고, 이튿날인 10월3일부터 같은달 9일까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겁니다. 분량은 공책으로 21장에 달합니다. 유서 전반에는 10월2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진행된 특검 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회유와 압박에 대한 주장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고인은 10월6일 가족과 식사를 하면서 21장 중 16장(10월3일~6일까지 작성된 4일치 분량)을 미리 건넸습니다. 자신이 사망한 후 혹시 모를 압수수색으로 기록이 모두 소실될 걸 우려한 겁니다. 실제로 경찰은 고인이 생을 마감한 후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유서 21장을 모두 가지고 갔습니다. 이후 경찰은 유족 등의 항의로 압수수색한 유서의 사본을 넘겨줬습니다. 
 
본지가 이번에 입수해 11일 새로 공개하는 유서는 바로 21장 가운데 사전에 가족에게 건네진 16장을 제외한 나머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고인은 유서에서 "(특검이) 조사시 질문은 하고 답변하는 걸 무시한다"며 "(부하 직원)을 살려야지 하면서 팀장이 책임을 넘긴다고 무시하고 구박한다. 반말과 험한 소리로 짜여진 각본에 넘어가는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회유와 강압, 돌아버릴 것 같다" "너무 힘들고 지쳤다"라고도 했습니다.
 
고인은 변호사를 동반하지 않은 채로 조사관 3명으로부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괴로움도 토로했습니다. 그는 "아무리 특검이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조사실에서 3명을 상대하기에는 이런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특검의 조사가 미뤄지면서 심적고통이 컸다는 사실도 유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고인은 "전날도 잠을 못 자고, 조사가 3번이나 연기되면서 근 1달 동안 몸이 피폐해지고 살도 3㎏이상 빠졌다"며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밤늦게 이어진 조사가 고인을 더 압박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눈에 띕니다. 고인은 "심야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밤 9시 이후)"며 "반말로 계속 억압한다"고 남겼습니다. 또 "그런 사실도 없고 만나지도 않았다고 함"며 "정신도 없고 공황 장애가 느껴진다. 너무 힘들고 아무 생각도 없어진다"고 남겼습니다.
 
10월6일 5시쯤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에서 고인은 특검 조사 이후 괴로움이 극에 달해 '죽음'이란 단어를 꺼냈습니다. 고인은 "요즘 상황이 너무 힘들다"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지, 33년동안 사익 없이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 피해를 준 것도 없다. 죽어야지 이 고통에서 벗어날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사실이 아닌데 진술한 게 죽도록 싫다. 왜 그랬을까 하고 계속 고민한다. 미치겠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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