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는 가슴 웅클한 말이다. 누구나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고 무한경쟁 시대에서도 낙오될까 불안해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살아갈 길을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다. 개인주의와 경쟁이 핵심가치인 미국보다 보편적 복지정책을 펼치는 북유럽국가가 선망의 대상으로 종종 회자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올해부터는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예술인도 직장인처럼 일을 못하게 될 경우 실업급여를 받고 아이를 낳게 되면 출산전후휴가급여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부담도 크지 않다. 월 평균 보수가 200만원이라 가정할 경우 월 1만6000원을 내면 된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종사자,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를 모두 포괄해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턱 없이 부족한 기금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기도 전에 이미 고용보험 적자가 8조원에 이르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립금도 2017년까지만 해도 10조원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말 기준 6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것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국면인 1998년 이래 최대 폭으로 감소하며 실업급여 지금액은 12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코로나 여파로 도소매, 숙박음식점 등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한 서비스 취업자 부진 영향 때문이었다.
기금을 관리하고 있는 고용노동부는 기금고갈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타 사회보험과 달리 경기변동에 따라 지출구조가 영향을 받고 있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해명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재정고갈을 이유로 고용보험 지출을 줄 일 수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부정만 할 수도 없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빼고도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라는 거창한 슬로건에 비해 기금 확보 방안 계획은 전무하다시피했다. 촘촘한 고용보험 기금 마련 방안도 뒷받침됐어야 했다.
연초 감사원장이 고용보험을 언급하며 건정성 위협 요인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겠다고 밝혔다. 적절하게 예측, 관리해 보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이다. 고용보험이 고용보험 기금을 넘어 전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쌈짓돈으로 전락하지 않게끔 감사원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이정하 경제부 기자 ljh@etoma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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