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2021-01-21 06:00:00 2021-01-21 06:00:00
정치인이라 하면 자신의 정치 철학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이를 실현하기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과감히 내던질 때도 있고, 또 때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결사항전하는 일도 있다. 얻고자 하면 반드시 잃는 것이 생긴다. 국민의 마음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다듬어가며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또 정치인이다. 버릴 수 있어야 하고, 포기할 수 있어야 하고, 반면 지키기 위해 또 가지기 위해  쟁취하기 위해 목숨도 내걸 수 있어야 한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보면 여기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느낌이다. 갖고 있는 기반을 버리기는 싫고 또 서울시장은 반드시 하고 싶은 속내가 보인다. 서울시장은 물론 대권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코스로 인식하고 있을터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오랫동안 아니 이제는 거의 전국민적 별명이라 할 수 있는 '간철수'의 행보가 최근 안 대표의 걸음에서 또 다시 느껴진다.
 
안 대표는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솔직한 표현으로 까였다. 안 대표는 19일 국민의힘을 향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플랫폼을 야권 전체에 개방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우리 당 후보를 확정한 후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고 단칼에 거절했다.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선거 판세는 사실 야권쪽으로 급속히 기울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두 사람간 이야기는 기선제압이나 힘겨루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안 대표라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우선 안 대표가 간과한 것이 상당히 많다. 첫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범야권 단일화를 위한 시동을 걸 필요가 없다. 선거는 아직 석달 남았다. 자당의 후보들도 꽤나 유력한 인사들이 나온만큼 지금 체급 키우기는 필요하지 않다. 둘째, 안 대표의 현 지지율이 높다 해도 급할 것이 없다.  과거 안 대표가 정치권에 화려하게 등장했을때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높았던 지지도가 바닥을 쳤듯 당시의 데자뷰가 아직 남아 있다. 셋째, 굳이 안 대표를 위해 당의 벽을 허물고 그를 받아들일만한 이점이 없다. 자당의 후보들로서도 충분히 여권과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을 만큼의 선거 판세가 이뤄져 있어서다. 서울시장 자리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해 공석이 됐다. 여기에 여당은 비위 등의 행위로 직위를 상실한 지역구나 지자체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깼다. 여러모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대여공세를 위한 날카로운 카드를 여러개 갖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안 대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 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승부수를 지금 던지라는 얘기다. 국민의당을 깨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 포기하고서라도 국민의힘으로 들어가 거기서 승부를 보라는 말이다. 자신의 정치적 이념성향이 국민의힘과 딱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도 그건 차후에 당에 들어가서 변화를 기할 수 있는 문제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를 따지기 전에 명확하게 전선이 형성되고 과감한 대결이 이뤄져야 정치가 발전한다. 그렇게 부딪혀야 이길 수 있고, 또 지더라도 정치적 자산만큼은 남을 것이다.
 
범야권의 승리를 바라는 게 아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동시대의 유력 정치인의 품격이 한 계단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는 말이다. 
 
권대경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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