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조속한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한쪽만 급하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선 경선, 후 단일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의 경선이 끝난 3월 초에 자당의 최종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데에는 향후 단일화를 위해 안 대표를 비롯한 모든 야권 후보들이 다 같이 참여하는 다자구도의 '통합 경선' 방식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가 최근 실무단계의 야권 단일화 협상을 제안한 것에 대해 "국민의힘 후보를 선정하는 중인데 한쪽에서만 급하다고 하면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후보가 만들어져야 가능하다"고 거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단일후보를 만드는 것은 일주일이면 가능하다. 단일후보를 만드는 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을 필요가 없다"며 야권의 단일화 논의가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3월이면 늦는다'는 안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3월 초에 다른 야권 후보들과 단일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의 본경선은 다음달 15일부터 시작해 3월4일 '국민 여론조사 100%' 비율로 투표해 최종 출마 후보를 선출한다. 단일화 논의가 진행된다면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되는 3월4일 이후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일화 논의에서 변수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인데 현재로서는 그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당은 이날 안 대표가 국민의힘 입당이나 합당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김 위원장도 안 대표가 입당 제의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지금까지 태도로 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대표는 야권 단일화 논의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입당과 합당을 제외한 모든 단일화 방안을 제안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를 선출한 이후 단일화를 위해 안 대표와 1대1 단일화 경선을 진행하지 않고 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한 다자구도의 야권 통합 경선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우리 후보가 확정이 되고 3월에 가서 금태섭 전 의원까지 같이 (경선을) 해서 (단일 후보를) 뽑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 전 의원은 오는 31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의 한 공연장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금 전 의원까지 포함한 3자구도 방식의 야권 통합경선이 진행될 경우 상황에 따라 안 대표에게 불리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는 입당을 안하고 국민의힘 경선에 들어가서 다자구도의 유리함을 안고 하려고 했는데 안 됐다"며 "그런데 (야권 통합경선에서 3자구도로 가면) 이게 반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자당 후보를 하나로 뭉쳐놓고 나머지 후보를 다자구도로 만들어서 경선하겠다는 것인데 3자구도로 하면 안 대표가 굉장히 곤욕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야권의 단일화 협상 시기가 늦어질수록 안 대표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단일화 협상을) 늦게 하는 것이 불리하다"며 "늦게 하면 (안 대표의) 지지율이 빠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경선하면서 후보가 가시화되면 그쪽 후보를 중심으로 야권의 후보가 힘을 받지, 밖에 있는 안 대표에게 힘이 실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 대표가 빨리 단일화 협상을 진행하자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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